신기술 확산이 직업 지형도에 미치는 영향 : 북미시장 ATM 확산 사례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인공지능은 21세기의 전기와 같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즉,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전기가 발견되고 산업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사회 변화가 생겼던 수준의 변화를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 기대하는 -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이전의 제 글 '인공지능은 정말 우리의 일을 빼앗아갈까?'에서, 인공지능이 단순하게 우리의 '직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업무 프로세스의 맥락 안에서 '특정한 작업'을 대신 해 줌으로써 사람의 업무 성과를 높여주는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고, 그 사례로 북미 시장에서의 ATM 도입과 은행 창구직원 숫자의 변화를 언급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북미 사례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ATM의 등장과 확산이 은행 산업의 전환 과정에서 어떻게 주요 이해관계자의 전략적 선택에 영향을 주었는지, 그 결과 어떻게 ATM 숫자와 은행 창구직원 숫자의 관계가 단순한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가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기술과 우리들의 직업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대체' 관계가 아니라 특정 활용의 '비용'과 '가치'에 대한 고려, 사업자의 전략적 선택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좌우하는 복잡한 함수 관계이며, 결과적으로 (물론) 직업 자체의 대체도 일어나지만 그에 못지않게 '특정 작업을 보완'해주면서 기존 직업의 내용이 바뀌거나, 심지어 새로운 직업이 나타나기도 하게 된다는 점을 확인할 것입니다.
그럼, 인공지능과 우리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기술의 양면성'을 이야기한 닐 포스트먼 교수의 New Tech Conference에서의 키노트 장면을 한 번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이 부분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최형섭 교수님의 저서,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에서 발췌, 구성하였습니다)
...이 컨퍼런스의 주제는 ‘새로운 기술과 인간’이었고, 여기서 미국의 저명한 문화평론가이자 뉴욕대 교수였던 닐 포스트먼이 기조 강연을 맡았었습니다. 포스트먼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 인간 사회와 어떻게 관련을 맺어왔는지 오랫동안 연구한 학자셨고, 이 분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1985년작 ‘죽도록 즐기기’라는 책은, 텔레비전 기술이 어떻게 공공의 담론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엔터테인먼트로 만드는지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미디어의 영향과 그에 노출된 우리의 삶이 어떻게 피폐해져 가는지에 대해 느끼는 바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 이후로도, 포스트먼 교수는 여러 저술을 통해서 모든 사회 문제를 기술적 해결책만으로 대응하려는 경향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을 했습니다.
포스트먼이 덴버 학회의 연단에 올랐을 무렵은, 세계가 세기말적 비관주의가 만연해 있었던 때입니다. 1980년에서 1990년대 이후 인류의 일상생활에 개인용 컴퓨터가 깊숙이 들어왔고, 인터넷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이 되면 세계 각지로 연결된 컴퓨터 네트워크의 연도 앞자리가 바뀌면서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이른바 Y2K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었죠. 이렇게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Y2K는 기우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정보기술의 광범위한 이용이 향후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는 사실 예상하기가 어려운 것이었죠. 결국 세기말의 우리들은,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기술적 변화에 큰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그것이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포스트먼은 단상에 오른 후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21세기가 제기할 문제들이 오래전부터 우리가 직면하고 있었던 문제들보다 더 놀랍거나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오늘날 등장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기술은 과거의 기계 기술에 비해서 훨씬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오랜 기간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살펴본 이 노학자는 다양한 기술의 저변에 깔려 있는 기본 속성을 간파한 것입니다.
포스트먼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은 항상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라는 이름의 학자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했던 거래와 마찬가지로, 기술은 한 편으로는 인간에게 새로운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무언가를 가져간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언뜻 들으면 너무나 당연해 보이기도 하는 포스트먼의 지적은, 가깝게는 1990년대 컴퓨터 및 인터넷 기술의 도래를 염두에 둔 것이었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비슷한 우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육체적,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를 해 왔던 과거의 기술과는 달리 인간의 지력, 지적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을 맞이하면서, 이 기술이 인간 노동이 차지하는 위치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바로 ‘인공지능이 우리의 직업을 빼앗아갈까?’라는 질문의 근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가진 ‘잠재력’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기술은 주로 육체적 능력을 자산으로 하는 노동자뿐 아니라 지적인 스킬과 경험을 그 자산으로 하는 기술자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미 다양한 기업 현장에서 이전에는 지적 노동자가 수행했던 업무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죠.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직업’이라는 것이 시간을 축으로 놓고 보았을 때 계속해서 변화하지 않는 정적인 무엇인가로 남아 있으면서 기술의 도입에 의해서 ‘완전히 대체’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동적인 ‘변화’를 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ATM 이야기를 해 보죠. ATM은 스코틀랜드의 발명가 존 셰퍼드 배런이라는 사람이 발명했다고 합니다. 존 셰퍼드 배런은 인쇄업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목욕을 하다가 장소와 상관없이 어디서든 돈을 찾을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자신이 좋아했던 초컬릿 자판기와 비슷하게 초컬릿 대신 돈이 나오게 하는 식으로 기존 자판기의 원리를 은행의 입출금 용도로 응용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깨닫고 유레카!라고 외쳤다고 하는 이야기하고 비슷한 점이 있어서, 존 셰퍼드 배런 또는 후세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렇다고 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현재도) 영국에 본사가 있는 금융회사 바클레이스에서 아 일리가 있네 라고 생각을 하고 존 셰퍼드 배런을 채용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 바클레이스에서 ATM 기기의 발명에 투자를 했고, 1967년 6월 27일 런던 북부 엔필드 지점에 설치한 바클레이스의 ATM 기기가 세계 최초의 ATM 기기입니다.
ATM은 1990년대를 지나면서 급속하게 보급이 확산되고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신한은행에 합병된 조흥은행이 1979년 조흥은행 명동지점에 설치한 ATM 기기가 한국 최초의 ATM 기기라고 합니다. 은행 점포가 증가하면서 ATM 기기도 계속 증가했고, 2017년 통계를 보면 시중 은행 6곳이 보유한 ATM기기가 전국적으로 3만 4천여 대가 비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인데, 인구 천 명당 ATM 기기가 2.4대 있는 셈입니다. 물론 디지털, 모바일화의 흐름, 그리고 은행 점포의 축소라는 추세와 함께 ATM 기기는 현재는 감소세에 있습니다.
자,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ATM이 널리 퍼져가면서, 은행 창구직원, 즉 ‘텔러’라고 하는 직업이 사라졌을까요?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연구 결과를 한 번 보죠. 미국에서는 처음 ATM이 설치된 것이 1971년이었습니다. 이때부터 ATM이 급격하게 증가해서 2009년도에는 40만 대에 육박하게 됩니다. 당시에 ATM을 전략적으로 확산시킨 배경은, 가장 기본적으로는 규제 때문에 점포의 확산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ATM을 사용했던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은행가들은 ATM이 텔러를 중심으로 한 점포의 직원 규모를 줄임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 되겠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파악했습니다. 당시 웰스 파고의 부회장이었던 리차드 로젠버그는, ATM을 위시로 한 electronic transaction의 확대가 은행 점포의 수 자체를 줄일 뿐 아니라 남아있는 은행에서 일하는 직원도 급격하게 줄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에 ATM의 보급이 급격하게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텔러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소폭이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 시기에 은행 점포의 총숫자도 물론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 증가의 양상이 선형적이었기 때문에, ATM의 본격적 보급이 대규모의 은행 창구직원의 직업을 없애는 결과를 낳았다면 이런 그래프는 나올 수가 없겠죠.
이런 결과는 그렇다면 왜 나오게 된 것일까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우선은, ATM이라는 기계가 텔러가 수행하던 업무를 일부 대체하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텔러라는 직업의 수요를 그만큼 더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도시 지역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은행 점포 하나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직원의 수가 1998년에는 20명 정도에서 2004년에는 14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이것을 거꾸로 보면 은행 점포를 새로 하나 만들어서 사업을 확대하는데 드는 비용도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1998년에서 2004년 동 기간 미국 도시 지역의 은행 점포 수도 약 45% 증가하면서 ATM의 확산으로 줄어든 만큼의 텔러 수를 offset 하게 됩니다.
또, ATM의 확산과 함께 은행 업무의 편의성이 제고되면서 은행 거래의 규모 자체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와중에, ATM이 잘 처리하지 못하는 업무들을 다루기 위한 텔러들도 여전히 필요했고, 물론 상당수의 고객은 ATM 기계를 사용하기보다 텔러와 얼굴을 맞대고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을 더 선호하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ATM이 확산되는 이 시기에 미국에서 주로 주(state) 별로 규제를 시행했던 은행 산업의 지역적 바운더리가 해체되기 시작했고, 따라서 ATM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면서 은행 산업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였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치열했고, 어떤 은행은 ATM을 텔러를 완전히 대체하는 수단으로 본 반면에 또 다른 은행은 텔러를 고객 대상의 서비스 및 세일즈 팀의 일원으로 변화시킴으로써 고객 일인당 수익을 제고하는 방향에서 더 큰 전략적 가치를 발견하기도 한 것이죠. 즉, - 비록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는 하지만 - 일종의 '새로운 직업'으로서 텔러의 역할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ATM의 발명이라는 이벤트를 전후로 기술과 인간의 직업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인공지능이라는 기술과 인간의 직업 간의 관계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습니다.
우선, 다른 모든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라는 기술도, 닐 포스트먼이 지적한 바와 같이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기술이고, 인공지능이 우리의 직업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 우리 직업에 어떤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 기술의 개발을 어떻게 가이드해 나가느냐, 그리고 사회적인 기반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특히 산업과 그 안에 존재하는 직업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을 ‘대체’한다는 것이 1:1의 교환 가치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떤 특정 ‘작업’을 기술로 대체하게 되면, 반드시 그 작업을 둘러싼 전체 업무의 경제성(economics)이 변하게 되고, 그에 따라 해당 작업을 둘러싼 주변 작업의 가치와 수요가 올라갑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automation의 기회뿐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업무를 도와주는 augmentation의 기회, 그리고 더 나아가서 새로운 사업 기회 등 다양한 ‘기회’의 스펙트럼이 등장하게 되고, 그 안에서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기존에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겨날 수 있을 것입니다. 2020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표한 인공지능과 일자리에 대한 백서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은 일자리 잠식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 근로자의 고차원적인 업무를 도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근로자의 업무 역할 변화는 근로자의 임금을 2030년까지 10% 이상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술의 파급력이 클수록 이러한 변화는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위의 ATM 사례를 보면, ATM 때문에 텔러라는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1980년대 초반에 등장했지만, 단지 기술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규제의 변화, 경제 성장, 문화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모바일과 디지털 기술이라는 그다음 세대의 기술이 메인스트림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 과거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이유로 은행 점포가 사라지면서 텔러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간 동안, 사회 구성원 전반이 기술에 기인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면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인공지능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적응해 온 기술들과는 너무나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이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의 교육 내용, 교육 방식 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양면성, 즉 그 효익과 대가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기술 변화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러다이트 운동을 촉발시켰던 산업혁명 시기로부터 19~20세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로 인한 기술 실업은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승자들은 기술 변화의 양면성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의 기술의 효익보다 단기적인 부작용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을 고리타분한 반 기술주의자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위 ‘기술 실업’이라는 파도에 휩쓸린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일부 사회집단이 단기적으로 감수해야 할 피해로 인식됩니다.
문제는, 과거의 기술 등장에 따른 실업이 일부 사회집단이 감수해야 할 피해에 머물렀다면, 인공지능을 위시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는 그 누구도 피하기 어려운 물결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시대를 리드할, 평범한 엔지니어보다 수십 배, 수백 배의 성과를 내는 최고의 연구자나 엔지니어, 또 기업가 정신을 갖춘 소수의 창업자를 길러내기 위한 노력만큼, 단기적으로 이 변화에 따르는 어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내게 될 중간 정도의 숙련도 및 저숙련도에 해당하는 직업군에 자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이들의 ‘업’을 보호하면서 인공지능을 도입할 수 있는 원칙과 환경, 전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물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인력을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도입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의 인력들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사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이어야 합니다. 또한 이 도입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현장 인력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니즈가 반영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서 우리가 그려가야 할 미래는, 유토피아도, 그렇다고 디스토피아도 아닙니다.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의 어원은 ‘어디에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디스토피아가 유토피아에서 파생된 반대말이라면, 그 뜻은 아마도 ‘어딘가에는 또는 언젠가는 있을 법한’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자꾸만 우리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떠올리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유토피아에 가까운 미래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노력이 필요합니다. 디스토피아적 대결 구도를 벗어나서, 인간과 인공지능 기술의 협업을 통해서 새로운 사회적 가치, 새로운 직업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