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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병찬 Jan 17. 2020

기업의 인공지능 도입 : 무엇을 고민해야 하나 - 하편

엔터프라이즈 AI 전략 시리즈 #2

상편에서는 '기업용 솔루션'이라는 관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현주소, 그리고 기업에서 인공지능 솔루션의 시험 및 개발을 시작하는 패턴과 그에 따라오는 문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본 하편에서는, 상편에서 말씀드린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확산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크게 '전략', 그리고 '지원체계 및 자원'의 관점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기업이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전략'과 '지원체계/자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공지능 솔루션'이 기업의 비즈니스 자체를 혁신하여 경쟁사를 뛰어넘는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데 기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기업도 인공지능을 도입하면서 PoC의 수준에 머무는 '실험'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험실의 결과가 실제 현장에 구체화되어야만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듯이, 인공지능의 도입도 '실제 사업 환경에서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을 위해서 어떤 자원과 도구가 필요한가'에 대한 검토와 그에 따른 투자가 수반되어야 비즈니스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구축, 운영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전략'의 관점에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어떤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할까'보다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어떤 역량(capability)을 확보할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기업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고자 할 때,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연구자가 부족해서, 그리고 경쟁사의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 소식 등에 자극을 받아 인공지능 도입을 추진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오픈소스 API를 활용해서 남들이 다 하는, 또는 남들과 비슷한 유즈 케이스를 중심으로 과제를 구성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이렇게 하다가 보면, 흔히 말하는 'low-hanging fruit'을 따는 데 집중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 이러한 접근은 일면 현실적으로 피하기 힘들거나 때로는 의미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Low-hanging Fruit 추구의 문제점 - '중요한' 문제에서 관심이 멀어지기 쉽다


1. 경쟁사 대비 차별점이나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인공지능을 도입하려고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오픈소스는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없는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해서 적용해 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도구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대다수의 오픈소스 인공지능 API가 특정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에 맞춤화(customization)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또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차별점이나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솔루션, 유즈 케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물론, 기업 A와 기업 B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차이 등 때문에 자연적으로 인공지능 솔루션의 결과적인 모습에 '차이'는 있겠지만, 그것이 자동적으로 '차별적'인 요소가 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2.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인공지능 역량보다는 단기적인 과제의 해결책에 매몰되기 쉽다


이렇게 현재 우리가 '할 만한' 유즈 케이스에 '적용해 볼 만한' 오픈소스 API를 가지고 인공지능 솔루션을 만들게 되면, 아무래도 '비즈니스'와 '기술' 양쪽 모두의 관점에서 '현재 모습의 단기적, 점진적 개선'에 과제들이 집중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인공지능의 적용 범위에 제한을 둘 필요는 없지만, 지금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기술들과 인공지능 기술의 근본적인 차이, 특히 '사전에 정의된 규칙'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학습해 가면서 과거에는 사람만이 할 수 있었던 '예측' 작업을 훨씬 저비용으로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중장기적으로 현재의 비즈니스 구조나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 적용 과제를 찾는 것도 반드시 해야 할 작업입니다.


물론 이렇게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 갈 비즈니스 역량'을 정의하다 보면, '현재 오픈소스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거나 확보하기 어려운' 인공지능 기술요소가 발견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는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혁신을 추진하는데 장애물이 아니라, 남들은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지속 가능한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3. 경영진의 관심과 투자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기존 비즈니스의 단기적, 점진적 개선'이라는 테마의 과제들은 많은 경우 비즈니스 임팩트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그 범위가 특정 부서에 국한되기 쉽고, 또 인공지능 기술이 아닌 다른 기술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안정적으로 적용 가능한 대안을 제치고 여러 가지 리스크와 전사적인 변화를 수반하면서 인공지능을 통한 사업 혁신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결국, 조금 더 넓은 관점을 가지고 기업의 중장기적인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전략적인 역량(strategic capability)으로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밑그림, 그리고 그 밑그림을 채워나가기 위한 과제들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역량과 과제는 우리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 그리고 우리 기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맥락, 예를 들어 데이터라든가 조직 구조, 업무 프로세스, 기업 문화 등의 요소와 상호 작용하면서, 경쟁사 대비 차별적인 역량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정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술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정의하는 것이, 이후 해당 역량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기술적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지를 검토하는 데 있어서 유리하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기업을 혁신하기 위한 역량과 과제, 다시 말해서 머신 러닝으로 풀어야 할 문제 (Machine Learning Problem)는 그렇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다루고자 합니다.




기업이 속한 영역의 미래 시나리오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해야 할 전략적인 역량과 과제들을 잘 정의해 냈다면, 그 다음 해야 할 작업은 과제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고 로드맵을 만드는 일입니다. 인공지능을 도입하면서 여러 가지 과제들 중 무작위로 과제를 실행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조직 내의 변화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투자 우선순위를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 과제 로드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기업에서 일하시는 많은 분들이, '차세대'라든가 '디지털' 등의 테마를 가지고 과제를 도출하고 로드맵을 만드는 경험을 - 자체적으로든, 외부의 도움을 받아서든 - 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은, 과거에 우리가 검토했던 대부분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과제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IT 과제와 인공지능 과제 검토 방식의 차이


대부분의 경우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Impact'와 'Feasibility'라는 양대 축을 가지고 특정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Impact는 매출 증가, 비용 감소와 같은 재무적인 효익 또는 전략적 가치, 고객 만족도 증대와 같은 비재무적인 효익 등으로, Feasibility는 투여 필요자원으로 치환하여 평가하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과제의 로드맵을 만들 때에는 이보다 다양한 관점의 검토와 평가가 필요합니다.


우선,  Impact의 영역에서 '해당 인공지능 과제가 만들어 내게 될 '러닝 (learning)'이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인공지능의 본질이 'learning'과 'adaptation'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당 과제를 구현하여 현장에서 운영할 때 어떤 learning, insight를 획득할 수 있는지, 그 Insight가 우리 비즈니스의 어떤 부분들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추가적인 혁신을 드라이브할 만한 잠재력이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기존에 전통적으로 검토해 오던 재무적, 비재무적 효익들에 더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Feasibility 검토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지금까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맥락에서 과제를 검토할 때, 대부분의 경우 해당 과제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술 요소는 이미 'Commoditization Curve'에 올라타 있다는 대 전제가 성립되거나 그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Feasibility'를 검토할 수 있었고, 따라서 'Feasibility'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무적 자원, 즉 '투자 비용'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과제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이 특히 기업용 기술로서의 관점에서는 아직 성숙도가 높지 않고, 기술의 변화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며, 기존의 기업용 시스템들과의 데이터/인터페이스 연계에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등 때문에 '기술의 적용 가능성' 관점에서 상당한 수준의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지난 2~3년간 인공지능 업계에서 Architecture Search, Hyperparameter Optimization을 중심으로 비숙련 개발자도 비교적 쉽게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utoML 계열의 제품,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해 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시장이 성장하겠지만, 여전히 기업이 요구하는 높은 복잡도의 미션 크리티컬 한 유즈 케이스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연구자, 엔지니어들과 함께 다양한 방면의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 자체에 대한 연구, 기업 내외부의 데이터에 대한 분석 등이 필요합니다.


Desirability는 인공지능 솔루션의 도입에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사전에 프로그래머가 정한 규칙에 따라 계산하여 답을 내놓는 기존 솔루션들과는 다르게, 인공지능 솔루션은 내부 규칙, 즉 인공지능이 어떤 과정을 거쳐 답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정확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이 때문에 인공지능 모델의 설명 가능성 (Explainability)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인공지능 솔루션이 내어 놓는 결과 자체 뿐 아니라 그 이유를 어느 정도까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의, 그리고 이런 인간-인공지능 간의 상호작용 (human-machine interaction)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들이 어떤 것들이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의 문제는 해당 인공지능 솔루션의 성공적인 도입과 확산에 매우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각 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일단락되었다면,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으로서의 Scalability, Sustainability를 확보하기 위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아키텍처에 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공통 아키텍처의 기반이 없이 파편화된 상태로 인공지능 솔루션을 구축하게 될 경우, 기업에서 운영하는 인공지능 솔루션과 모델이 증가할수록 그 개발 및 관리에 드는 자원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기 쉽습니다.


엔터프라이즈 AI 아키텍처 구성을 위한 Reusable Components 전략 - Element AI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최전선의 인공지능 연구 결과를 경쟁사보다 빠르게,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자사 인공지능 솔루션에 광범위하게 확산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에 걸쳐 공통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컴포넌트들을 정리하고 이를 중심으로 앞서 정의된 과제의 로드맵을 재조정하는 여러 번의 반복된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구성되는 컴포넌트 기반의 모듈형 아키텍처는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 솔루션에 대한 투자 효익을 최적화하고 빠른 시장 대응 능력 (time-to-market)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 솔루션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새로운 지식(insight)을 조직의 여러 분야에 전파, 확산할 수 있는 기본 구조를 제공합니다.


보험사의 여러 업무영역 가운데 '언더라이팅'과 '클레임 처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언더라이팅과 클레임 처리는 각각 보험사 가치사슬 (value chain)의 Upstream에서 보험계약의 인수 여부를 판단하고 Downstream에서 고객에게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인수한 계약에 따른 보상 등의 처리를 실행하는 프로세스로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데는 매우 다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조직과 자원이 필요하지만, 인공지능 기술 또는 컴포넌트의 관점에서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두 프로세스 모두 비전 (vision:OCR), 자연어 처리 (NLP), 그리고 Explainability 컴포넌트가 핵심 구성요소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두 프로세스 모두 '고객', '보험가입신청', '계약' 등의 공통적 엔티티를 핵심 데이터로서 학습하고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위 세 가지 컴포넌트를 공통 컴포넌트로서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은 두 가지 업무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의 성능 개선과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하나의 솔루션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새로운 지식(e.g., 클레임 접수 패턴의 변화)을 바탕으로 다른 영역의 비즈니스 규칙을 변경(e.g., 보험계약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리스크 수용범위 - risk appetite - 의 조정)함으로써 시장 변화에 적시에 대응하고 비즈니스 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지원체계 및 자원'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기업용 인공지능 솔루션을 체계적이고 생산적으로 개발, 운영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엔터프라이즈 급 (enterprise-grade)' 인공지능 개발, 운영관리 체계와 프로세스를 계획하고 구축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에 드는 노력의 상당 부분이 데이터의 수집, 전처리 등에 소요된다


실험실이 아닌 기업의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 과정 중 해당 솔루션의 모델을 훈련, 테스트, 검증하는 데 사용할 기업 내외부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전처리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고 하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입니다 (가장 어렵고 중요한 단계는 위 그림 상의 유즈 케이스 디자인, 다르게 표현하면 '과제의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의 수집과 전처리를 도와주는 도구 외에도,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Experimentation Framework, 데이터의 베이스라인 및 버전 관리를 통한 용이한 벤치마킹 툴,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모델을 관리해 주는 모델 라이브러리, 인공지능 모델의 자동 배포, 솔루션의 성능 모니터링 및 경고 시스템 등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 및 관리 도구와 프로세스를 잘 갖춘다면, 인공지능 연구자와 개발자가 각각 본연의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솔루션 개발 생산성 및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시장에 오픈소스를 포함하여 다양한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 지원 도구가 출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도구는 풀고자 하는 문제가 이미 널리 퍼진 기본적인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일 때 적합하고, 다른 도구는 연구자들이 새로운 모델을 설계하여 솔루션을 구축해야 하는 경우에 적합한 기능을 제공하는 등 도구들의 포지셔닝이나 역할이 상이하므로, 자사 인공지능 로드맵의 방향, 개발을 위한 인력 및 파트너십의 구조 등에 따라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 도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인적 자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는 어떤 기업이라도 '인력'에 대한 갈증이 없는 기업은 없을 것입니다. 제가 만나본 모든 기업에서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할 경험 있는 연구자,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고민을 토로하고 계시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외부 인재의 영입 뿐 아니라 내부에 이미 있는 개발자라든가 데이터 엔지니어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 인공지능 연구자 및 개발자에 대한 니즈와 현실의 갭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계십니다.



인공지능 관련 인력을 길러내는 문제는 이미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서 미래의 국가 경쟁력에 관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고, 정부에서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2019년부터 인공지능 분야 고급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인공지능 대학원 지원사업을 시작, 2019년 3월과 9월에 걸쳐 총 5개의 대학을 'AI 대학원'으로 선정, 이 분야를 이끌어나갈 연구자 육성을 추진 중입니다.


엘리먼트 AI가 2019년 발간한 '글로벌 AI 탤런트 리포트'에 따르면,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총 21개 유명 컨퍼런스의 논문 게재 여부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15년에서 2018년 사이에 인공지능 연구자가 약 35% 이상 늘어났지만, 여전히 미국, 중국, 영국, 독일, 그리고 캐나다 이렇게 5개 나라가 전체 연구자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중 현상에는, PhD를 기준으로 했을 때 본인이 학위를 받은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위치해 있는 기업에서 일하는 연구자가 약 3분의 1에 달할 만큼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이동이 쉬운 학문적, 경제적, 사회적 조건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기여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국가의 경우 이러한 '이동 현상'이 매우 약한 편인데, 인공지능 연구 생태계가 충분히 성장했다고 볼 수는 없는 아시아 국가 연구자들이 해외 연구 커뮤니티와 유리되어 있는 것을 방증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국가적인 차원 및 기업의 차원 모두 글로벌 인공지능 생태계와 더욱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협력의 모델을 구성, 강화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기술 인력에 국한되지 않는 종합적 리소스 플랜이 필요


다시 기업의 영역으로 돌아와서 본다면, 여느 다른 혁신 과제를 추진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원의 계획은 해당 기업의 전략에 맞춤화된 (customized) 계획이어야 합니다. 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시장의 변화, 그에 대응하기 위한 해당 기업의 전략에 따라 인공지능과 관련된 다양한 스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를 조직 내에 길러내거나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과연 우리 기업에서 필요한 스킬이 어떤 부분인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상당수의 기업 입장에서 인공지능의 원천 연구를 수행할 연구자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구의 결과를 적용하는 관점에서 규모의 경제 (economy of scale)를 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전략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기업 내부의 역량과 지식,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구조와 파트너십이 핵심적 요소라고 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는, 기업에서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는 과정 뿐 아니라 운영하고 개선하는 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다른 스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데이터 분석가, 기획자, 제품/서비스 디자이너, UX 디자이너 등 중장기적으로 어찌 보면 인공지능 연구자 못지않은 파급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관련 스킬에 대한 검토와 인력 양성도 반드시 지금부터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상편과 하편을 통해서 '기업용 솔루션'으로서 인공지능 기술의 현주소와 현재 대다수의 기업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들, 이 문제들을 극복해 나가면서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과 '지원체계 및 자원' 관점의 고려 요소들을 제 개인적인 짧은 경험을 기반으로 말씀드렸습니다. 


현재 기업을 운영하는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기술과 매우 다른 특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기술인 만큼, 인공지능 기술을 잘 적용하여 사업을 혁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시작하는 것이 맞을까요? 저는 '지금 시작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넘어서,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거기에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인공지능 기술과 역량에의 투자와 혁신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하편 곳곳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사업 혁신을 위해서는 전략, 데이터, 조직, 거버넌스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조직 문화와 거버넌스야말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장기간 변화시켜 나갈 수밖에 없는 영역으로, 진정한 AI-First/AI-Native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는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2. 인공지능 솔루션이 충분한 성과를 달성하는 데는 상당 기간의 fine-tuning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솔루션 자체의, 즉 모델의 성능도 기업의 현장에서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의 fine-tuning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식' 중심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human-machine interaction 과정의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 조직만의 고유한 지식 생산, 전달, 공유 체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3.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혁신은 '승자 독식'의 시장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추격자 (fast-follower)' 전략으로 승자가 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한 번 정해진 시스템의 규칙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지금까지의 기업 운영 체계와는 달리,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시스템은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계속해서 적응하면서 학습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거쳐 '선도자 (first-mover)'와 '추격자' 사이의 격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승자 독식의 시장을 만들어 내기가 쉽습니다. 



상편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혁신한다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는 아주 높고 험준한 산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더욱 더 많은 기업들이 이 험준한 산을 잘 준비된 지도와 장비를 가지고 성공적으로 등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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