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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병찬 Jan 22. 2024

AI in South Korea - 2023

대한민국, 2023년 생성 AI의 기록과 2024년 관전 포인트

* 이 글은 2024.1.19 Turing Post에 기고한 글의 한글 번역본입니다. 위 이미지의 저작권은 Turing Post에 있습니다.


들어가며


아마도 2016년 3월에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정식 명칭은 ‘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은 대한한국의 인공지능 역사에서 손꼽을 만한 첫번째 이벤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둑과 여러모로 가장 친숙한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이 사건은 ‘자신감’과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충격’과 ‘혼란’으로 끝난, 어쩌면 감정의 롤러코스터와 같은 이벤트였을 것이다. 이 역사적인 인공지능과 인간 간의 바둑 매치가 4:1이라는 극적인 스코어로 마무리된 후, 언론과 미디어, 전문가들이 이 매치의 의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앞다투어 내어 놓았고, 이후 ‘인공지능’은 세상을 바꿀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기술’로 한국인의 뇌리에 각인되며 국가적인 아젠다가 되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유명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퍼스트 임팩트’에 비교한다면, 2022년 11월 30일 오픈AI가 공개한 챗GPT를 위시로 한, 생성AI  서비스가 가져온 한국 시장과 산업에의 충격은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 모두에서 이를 넘어서는 ‘세컨드 임팩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시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100만명의 사용자를 모은 챗GPT의 파장은 한국에도 빠르게 퍼졌다 2023년 4월 오픈AI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사용자가 이미 220만명에 달했고, 2023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에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1명은 ‘한 번이라도 챗GPT를 사용해 보았다’고 답했다. 생성AI 서비스와 관련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했을 뿐 아니라, 대기업,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1년 내 각종 다양한 생성AI 서비스의 개발, 출시가 이어졌다. 정부에서도 생성AI 기술의 의미와 중요성을 인지하고, ‘전 국민의 AI 일상화’ 프로젝트를 천명하고 초거대 AI 육성 기반 마련을 위한 예산을 계획, 투입하고 있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생성AI에 대한 한국 시장 내 이해관계자의 투자와 관심은 더욱 심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국가적 아젠다이긴 했으나 일부 대기업과 거대 기술기업, 소수 스타트업의 전유물일 수 밖에 없었던 AI가 ‘생성AI’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기술’이 아닌 ‘서비스’의 모습으로 모두의 곁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K-AI의 꿈' : 국가적 혁신의 도구, 그리고 AI 주권의 수호


문화와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K-Pop, K-Drama 등의 용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해외로부터 시작된 다양한 장르를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을 더하고 체계화하여,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색채와 차별성을 가진 컨텐츠를 만들어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AI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과 맥락을 반영한 독특한 두 가지의 ‘K-AI’ 접근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생존과 탈바꿈을 위한 도구로서 생성 AI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면적 투자와 확산’, 다른 하나는 ‘통신사, 재벌그룹과 플랫폼 기업 중심의 생성 AI 산업 수직계열화 추진과 AI 주권 확보’이다.


‘생존과 탈바꿈을 위한 도구로서 생성 AI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면적 투자와 확산’


대한민국은 1950년대의 한국전쟁 이후 국가 주도의 고급인재 양성, 핵심적인 산업 성장 및 수출 지원 정책, 낮은 세금과 최소한의 복지 정책 유지 등으로 경제의 압축적 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Brexit 본격화 등 보호무역주의의 강화와 함께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경기 사항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조선, 화학, 자동차 등 대한민국의 기존 주력산업을 디지털과 AI 기술을 활용하여 혁신하고 산업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개편, 장기적 저성장 국면을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다양한 사회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나라가 되었고, 향후 생산인구가 줄어들게 될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생산성 증대, 그리고 복지수요 증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이제 대한민국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가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생성AI를 포함한 AI 기술을 전 산업에서 채택하고 확산하는 것이 향후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적 요소라고 인식하고, 2019년 12월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고 전 국민이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나라로 변모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주요 과제로는 대규모 고성능 컴퓨팅 자원 확충을 위해 전국의 주요 거점에 AI 혁신 클러스터를 설립하고, AI 기초연구 및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의 선제적 개발을 위한 투자를 추진하며, 전 교육과정에 걸친 AI 소양 교육 및 융합 교육, 그리고 AI 전문인재 양성을 위한 AI 대학원 설립 등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2023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가 발표했는데, 지금까지의 AI 분야에서 확보한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거대언어모델 (LLM)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LLM 기반 생성형 AI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며, 전 국민의 AI 일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2023년 약 4,000억원의 예산 투입을 시작으로 향후 10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실행할 예정이다.


통신사재벌그룹과 플랫폼 기업 중심의 생성 AI 산업 수직계열화 추진과 AI 주권 확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한국 산업계도 생성 AI 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신규 사업 개발, 해외 진출을 위해 적극적인 실험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 중국, 영국, 이스라엘과 함께 자국어를 기반으로 한 초거대 AI 언어모델 (LLM)을 보유한 5개 국가 중 하나이고, 특히 이 중 본격적인 상용화 서비스를 내놓은 곳은 미국, 중국, 한국 뿐이다.


초거대 AI 언어모델을 중심으로 한 AI 주권 확보,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한 수직 계열화 추진의 중심에는 통신사와 거대 플랫폼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통신사와 거대 플랫폼 사업자는 디지털, 모바일, 인공지능 등 신기술 기반의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 출시하는 역할을 해 왔다. SK 텔레콤과 같은 통신사, LG 등의 재벌그룹, 네이버 등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초거대 AI 언어모델에 대한 연구 개발을 시작했고, 2023년 본격적으로 초거대 AI 생태계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생태계 구축은 예외없이 ‘Multi-LLM’과 ‘수직 계열화’의 양상을 나타내는데, 주요 사업자의 생성 AI 영역 투자 및 파트너십 등 현황은 아래 그림과 같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한민국 초거대 AI 언어모델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를 제외하면, 자사가 보유한 초거대 AI 언어모델 외에 다양한 Open-source / Closed LLM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통해서 자사 플랫폼의 확장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Multi-LLM 전략을 확인할 수 있고, 정부 그리고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업 하에 Sapeon, Rebellions, Furiosa AI 등 Inference에 초점을 맞춘 AI 하드웨어를 포함한 수직 계열화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위 사업자들은 다수의 금융산업 및 제조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생성 AI 서비스의 PoC (Proof-of-Concept)를 진행하였다. 대부분 B2B의 맥락에서 Intelligent Search, Knowledge Discovery, Recommendation Engine, AI Call Center and Chatbot, Report Generation 등의 영역에서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4년은 본격적으로 B2B향 생성 AI 솔루션과 서비스의 국내 및 해외 시장 확산을 시도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 사업자들이 B2C 대비 B2B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시장 규모, 언어의 장벽 등으로 인해서 아시아 지역 또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생성 AI B2C 서비스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대규모의 훈련 비용을 끝없이 투여하면서 오픈 AI 등의 선도적 사업자와 경쟁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초거대 AI에 부정적이던 유럽도 ‘AI 군비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자국의 초거대 AI 언어모델 개발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 상황에서, 우선 B2B 사업을 통한 생성 AI 사업과 서비스 경험 축적, 그리고 Monetization에 집중하는 경향이 관측되고 있다. 전세계 제조산업의 핵심 클러스터 중 하나인 한국의 산업적 특성을 생각할 때, 제조 산업을 중심으로 한 특화된 생성 AI에 초점을 맞추어 저비용, 고성능으로 구현 가능한 기술과 혁신적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유효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이미 네이버 (사우디아라비아), KT (태국어 LLM) 등은 해외에서도 자사의 초거대 AI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해외 B2B 사업 추진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극복해야 할 과제


현재 확보되어 있는 생성 AI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미래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민해 봐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위에 언급된 주요 사업자 및 스타트업들이 개발, 출시하고 있는 생성 AI 서비스는 소위 말하는 ‘1세대 모델’, 즉 현재의 가치사슬, 업무 프로세스를 일부 개선하는 관점에서 생성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접근 방법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생성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그 실체는 GPT-Wrapper 로서 차별적 요소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생성 AI라는 새로운 기술의 특성, 그리고 그에 따른 이코노믹스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혁신적, 파괴적 서비스를 상상하고 많이 실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이 도입된 초기, 2010년을 전후로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실행하던 업무 프로세스를 스마트폰의 새로운 UX와 폼팩터에 따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작은 화면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했던 수많은 초기 서비스들이 소리없이 사라졌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2세대 모델’ 생성 AI 서비스들의 특성은 사용자의 포괄적 니즈에 대응하면서 상호작용하는 Assistant 또는 Co-pilot으로 기능할 수 있는 Agent 기술일 것이고, 이렇게 새로운 서비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인재, 자원을 키워내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기존의 대한민국 인공지능 인재 육성 방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2019년 발표된 ‘대한민국 인공지능 전략’과 그 이후의 다양한 계획에서 논의되는 인재는 대부분 ‘AI 모델의 개발, 그리고 운영’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인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생성 AI의 시대는 모델의 ‘개발’보다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의 개발에 방점이 찍히는 시대이다. 과거 사용자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항상 예측 가능한 정해진 답을 내어놓는 기술이 아닌, 사용자와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확률적 답변을 내어놓는 생성 AI 기술의 특성을 서비스에 잘 반영할 서비스 기획자, UX 디자이너 등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것이다.


인재의 관점에서 또 한가지 들여다봐야 할 이슈는, 대한민국은’AI 인재 순유출국가’라는 점이다. 2020년 Element AI의 주요 국가별 AI 인재 이동 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의 AI 인력 유입지수는 -0.3으로, AI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국가에 해당된다. 미국 (6.2), 영국 (1.6), 독일 (0.8), 캐나다 (0.6) 등의 AI 기술 선진국은 예외없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인재가 더 많은 유입국들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소한 국내에서 AI 인재를 지속적으로 키워내고 잔류하도록 하는 전략도 중요하겠지만, 연구 생태계 자체의 활성화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타 국가와의 연구 협업을 공격적으로 추구하는 선도 국가들 대비, 대한민국은 인공지능 연구의 글로벌 협업이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대한민국과 비교할 만한 규모의 연구자를 보유한 아일랜드, 싱가폴, 프랑스 등은 논문 저자 등 글로벌 협업 국가 수가 7~15 수준인데 반해, 대한민국은 3 수준으로 매우 낮다. 대한민국이라는 ‘갈라파고스’에 머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연구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다음으로는, 세계 시장에서의 AI 반도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Sapeon, Furiosa AI, Rebellions 등 대기업 자회사와 스타트업 뿐 아니라, 삼성전자-네이버도 파트너십을 통해 AI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데, 아직 NVIDIA 등의 글로벌 사업자와의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2024년 일부 AI 반도체 스타트업의 경우 추가 펀딩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민국 초거대 AI 언어모델 산업의 성장을 위한 수직 계열화의 핵심적 요소이자 대한민국의 대표적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하나의 축으로서 저비용, 고성능의 AI 반도체 산업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성 AI의 리스크를 위한 적절한 사회적 합의를 진행하고 기업은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3년 연말 다수의 대기업을 만나본 결과, 2023년 실행한 수많은 PoC에 이어 2024년 서비스의 본격적 개발과 출시를 위해 생성 AI 관련 예산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중 상당수의 기업이 PoC 단계에서 비로소 느끼게 되는 Bias, Privacy, Security, Hallucination 등의 리스크 때문에 서비스 출시를 미루거나 전면 재검토를 하는 등의 벽에 부딪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 프레임워크나 표준 등이 속속 논의, 제정되고 있고, 대한민국에서도 AI 윤리 체크리스트나 인증/검증 제도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2024년 총선을 포함한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빠르게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가이드할 국가 차원의 표준이나 규제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자사 생성 AI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AI 리스크 관리를 위한 조직 차원, 업무 프로세스 차원, 그리고 기술 플랫폼 차원의 투자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2023년 대한민국 생성 AI 중요 이벤트


Q1 2023


2022년 11월 말 공개된 챗GPT가 빠르게 사용자를 모으면서 전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기업가치가 36조원을 넘는다는 소식과 함께 오픈 AI의 대한민국에서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한국 주식시장에서 생성 AI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중과 산업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도 발빠르게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 언어모델의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한다.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에서 ‘전 국민의 AI 일상화’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7,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 AI 기술 초격차 프로젝트 등 10대 과제를 진행할 것을 천명한다. 


윤석렬 대통령이 참모회의에서 “챗 GPT에 신년사를 만들게 했더니 훌륭하게 만들더라”는 언급을 하면서, 정부 기관과 공무원 사회에서 챗 GPT를 비롯한 유사 생성 AI 서비스의 계획이 진행되게 된다.


통신사들 중 KT가 2023년 상반기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언어모델과 플랫폼 ‘믿음 (MI:DM)’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연이어 SK 텔레콤은 생성 AI 서비스 출시 예고, 네이버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의 기술적 경쟁력을 강조하며 2023년 상반기 내 ‘서치 GPT’의 출시를 예고한다. 이 외에도 대기업의 영역에서는 대형 IT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고객과 함께 챗 GPT를 비롯한 거대언어모델 기반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다양한 챗GPT Wrapper 서비스의 출시 소식이 이어진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다양한 거대언어모델을 한 곳에 모은 포털을 출시하여, 마케팅 문구 작성, 이미지 생성, 대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프롬프트 및 생성 AI 서비스 마켓플레이스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AI 기반 OCR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대한민국의 1등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연결된 ‘AskUp’ 채널을 출시, 자사의 OCR 엔진과 챗GPT를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출시 3개월만에 사용자 100만명을 모으는 돌풍을 일으킨다. 이 외에도 라이언로켓, 마이리얼트립, 엘리스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GPT Wrapper 형태의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아직은 본격적인 경쟁력이나 수익 모델보다는 챗GPT로 몰리는 초기 사용자의 확보와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초대형 스타트업인 카카오의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3월 말 자사의 AI 챗봇 ‘다다음’이 베타 서비스를 런칭했다가, 사용자의 폭주와 함께 답변 오류를 내놓은 사례가 회자되면서 런칭 하루만에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Q2 2023


2022년 말부터 국내 대기업과 벤처 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제품 로드맵 및 성능 공개를 진행한다. Rebellions의 경우 MLPerf에서 퀄컴과 NVIDIA의 제품을 1.5~2배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는 발표와 함께 통신사와 AI 반도체 스타트업 간 합종연횡을 통한 생태계 구성이 본격화된다.


이 와중에 챗GPT의 보안 이슈가 뉴스에 대두되면서 정보 보안에 민감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챗GPT를 비롯한 생성AI의 사용에 대한 주의나 제한을 하는 경우가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사내망에서 챗GPT를 차단하고 생성AI 사용을 제한한다. 반면, SK텔레콤은 오히려 사내망에 챗GPT를 연동하여 활용하도록 한다.


Q2의 가장 큰 뉴스는 아마도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의 방한일 것이다. 6월 초 방한한 샘 알트만은 비공개로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고, 이후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주최한 Fireside Chat, 네이버/카카오,  그리고 소수 인공지능 스타트업들과의 별도 미팅 등에 참여하여 오픈 AI의 사업과 서비스, 한국 정부 및 대기업과의 협력/투자, 한국 스타트업들과의 협업 등에 대해서 논의한다.


6월 말에는 AI 윤리에 대한 첫 번째 국가 표준이 산업통산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의해 제정된다. ‘AI 윤리 점검 서식’이라는 이름의 이 표준은 생성 AI를 포함한 AI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필요한 윤리적 고려항복을 제시하고, 자체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대형 IT 사업자인 SK C&C, LG전자 등의 AI 윤리 표준 적용사례와 함께, 챗봇, CCTV, 교육 서비스 등에서 적용된 10가지 사용사례가 발표된다.


Q3 2023


LG그룹 산하의 LG AI 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언어모델 EXAONE 2.0을 공개한다. LG그룹의 데이터 및 특허, 논문 등 전문문서, 그리고 다량의 이미지를 주요 훈련데이터로 삼은 모델답게, ‘상위 1% 수준의 전문가 역량을 갖춘 AI’를 목표로 개발되었고 주로 신소재나 신약 탐색 등 전문 분야를 핵심 활용 분야로 삼는다.


7월에는 전세계 최초로 대한민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자국법을 적용해 오픈AI의 챗GPT에 대해 규제를 발동한다. 약 1,000명의 이름과 신용카드 번호 4자리 등의 정보가 유출된 데 대해 과태료를 처분,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한다.


다수의 AI 스타트업이 중소형 LLM 개발 및 경량화 경쟁을 시작한다. 대표적 토종 AI 스타트업이자 AskUp의 개발사 업스테이지는 메타의 라마 2를 개량해 소형 LLM을 개발, 허싱페이스의 LLM 성능 리더보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교육 AI 스타트업 뤼이드, 포티투마루, 올거나이즈 등의 스타트업들도 경량화된 LLM 모델을 출시하며 B2C 및 B2B 사업에 진출한다.


글로벌 LLM 사업자에 대한 투자와 파트너십을 통한 경쟁력 확보도 적극적으로 추진되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의 앤트로픽에 SK텔레콤이 1억달러를 투자하고 사업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동사에 LG CNS도 앤트로픽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다. LG CNS는 MS 애저 기반의 챗GPT를 활용한 B2B 사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MS와 맺기도 한다.


KT도 생성 AI 생태계 강화를 위한 투자와 파트너십을 지속하는데, 업스테이지와 콴다에 각각 100억원을 투자하면서 B2B향 Multi LLM 전략과 교육 도메인 특화 LLM 개발을 위한 데이터 확보를 진행한다.


8월에는 모두가 기다리던 네이버의 차세대 LLM ‘하이퍼클로바 X’가 공개된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는 하이퍼클로바 X는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 X, 생성 AI 검색 Q 등을 포함한 13종의 AI 서비스에 대한 청사진과 함께 공개된다. 하이퍼클로바 X는 구글, MS, 아마존 등의 LLM 대비 규모는 작지만 특정 도메인과 비영어권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내세우며 향후 B2B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화를 전개하고자 하는 목표를 제시한다.


Q4 2023


10월, KT가 자사 개발한  초거대 AI ‘MI:DM’을 공개한다. 국내 최초로 조 단위 데이터 사전학습을 한 모델로, 생성 AI의 대표적 문제 중 하나인 Hallucination을 크게 줄였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고, 이후 MI:DM 플랫폼을 기반으로 B2B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발표한다.


LG U+는 LG AI 연구원의 EXAONE 2.0을 기반으로 통신 맞춤형 LLM 익시젠(ixi-GEN)을 출시함과 동시에, 2024년 1월 생성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에 100억원을 투자, 동맹군을 확보한다. 개발 계획을 발표하여, 외부 협력이나 투자 대신 자체 LLM 개발 전략을 천명하였으나, 이후 2024년 1월 AI을 공개한다. 


11월에는 영국 블레츨리파크에서 열린 제 1회 AI Safet Summit에 대한민국을 포함한 28개국 및 EU 정상이 참여, AI의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공동 연대를 확인한다. 대한민국의 윤석렬 대통령은 화상으로 연설했고, 2024년 6월에 제 2회 AI Safety Summit이 한국에서 열릴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AI 리스크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업계의 필요에 대응하여, 대한민국 정부 부처의 AI 표준과 인증 체계 수립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의 주도권 싸움이 감지된다. AI 리스크에 대한 인식 제고는 긍정적인 일이지만, 주요 부처 간 갈등은 시장의 성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게임산업’에 대한 이중 규제로 산업의 성장을 저해했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2024년에 국가적, 산업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생성 AI의 생태계 형성을 저해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정부의 아젠다일 것이다.


11월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생성 AI 모델 ‘가우스’를 공개, 2024년 1월 갤럭시 S24 모델에 탑재할 거을 발표한다. 텍스트 생성 모델, 코드 생성 모델, 이미지 생성 모델의 3가지 모델로 구성된 가우스는 스마트폰에서 메일 작성, 문서 요약, 이미지 제작 및 편집 등의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예정이다.


맺으며


대한민국은 시장 규모와 디지털 인프라, AI 연구 및 개발 역량, AI 리터러시, 시장의 준비도 등 다양한 관점을 종합해 볼 때 향후 아시아 지역의 생성 AI 산업 성장을 견인할 Reference Country가 될 가능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과연 생성 AI를 중심으로 통신사와 재벌 기업이 스타트업들과 함께 구성하고 있는 수직 계열화된 생태계가 과연 수익화 가능한 킬러 서비스를 개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지, 그리고 4월 총선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캘린더 안에서 학문적인 논의에 머물고 있는 AI 리스크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인 표준과 리스크 방지 체계로 구현, 안착할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있는 LLM 개발 및 생성 AI 서비스 스타트업이 등장,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을지가 2024년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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