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꿈

어쩌면 내가 꾸는 꿈

by 로움
인간은
우주의 외로움이 빚어낸 존재




밤이 깊었다.

창문 너머로 별 하나가 깜박인다.

저 별빛은 수백만 년 전의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별의 마지막 숨결이

광년의 시간을 넘어 내 눈동자에 닿는다.


기나긴 시간을 건너 마침내 마주한 찰나의 순간,

나는 묻는다.

“나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사라진 별의 기억 속에서

한순간 깜박이는 환영일 뿐인가.”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없음’조차 없었다.

시간도, 공간도, 빛도, 언어도 없던 그곳에서

어느 한순간, ‘있음’이 스스로를 깨달았다.

그 깨달음이 폭발하듯 피어오른 것을

인간은 훗날 빅뱅이라 불렀다.


그때 태어난 첫 입자들이

아득한 어둠 속에서 서로를 찾아 헤매며 얽히고,

우주는 점점 자신이 ‘확장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갓난아기가 스스로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이건 나구나.”라고 깨닫는 순간과 같았다.


그리고 수십억 년 후,

그 먼 별의 먼지들이 모여 한 행성을 만들었다.

그 행성 위에서 바다는 스스로의 파동을 바라보며

“나는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물결 위에 어느 날, 인간이 태어났다.


어쩌면, 인간은 우주의 외로움이 빚어낸 존재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바라봐 줄 눈이 필요해서,

자신이 얼마나 신비로운지를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가 별을 바라볼 때,

별도 우리를 바라본다.

그 아득한 시선이 이토록 섬세하게 맞닿는 이유는

서로가 같은 기원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별의 먼지로 이루어진 몸,

빛의 파동으로 이루어진 마음.



양자역학은 말한다.

모든 것은 관찰되기 전까진 불확정한 상태로 존재한다고.

즉, ‘본다’는 행위가 세계를 현실로 만든다.

그렇다면, 우주는 스스로를 보기 위해 우리를 만든 걸까?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인간이라는 관찰자를 빚어낸 걸까?


<나> 또한 우주의 마음이 빚어낸 세상의 관찰자이며,

지금 내 머릿속에 반짝이는 생각 하나가

또 다른 빅뱅의 근원이 될지도 모른다.



‘왜 존재하는가.’

인간의 이 오래된 물음이

시간을 만들고, 공간을 확장시키며,

의식을 진화시켜 왔다.


존재의 목적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저 묻고, 의심하고, 바라보는 행위 그 자체—

그것이 우주가 우리를 통해

경험하고 싶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별빛이 손짓하듯 흔들린다.

그 빛은 내 안의 어떤 입자와 공명하고,

나는 우주가 나를 통해 자신을 꿈꾸고 있음을 느낀다.


그 순간,

나와 별의 경계는 사라지고

모든 것은 하나의 숨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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