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테로토피아

내 마음의 다락방

by 로움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글을 빚는 자는 외롭다.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무작정 참석한 손님처럼 무람하다.


그는 읽히지 않는 무용한 글의 의미를 묻고 또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각의 텅 빈 화면을 마주하는 이유는

글이 쓰이는 이 공간이 그의 헤테로토피아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간직해 보았음직한 비밀의 공간.

그것은 어둡고 좁은 다락방이나

철없이 뛰놀던 뒷동산의 작은 동굴이라거나

커다란 의자 밑 사각의 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곳은 나만의 시간이 흐르는 공간.

세상이 붙인 이름들을 잠시 벗어두고,

상처 입은 내 마음을 가만히 눕힐 수 있는 자리.

내 상상에만 존재하는 세상이 펼쳐지는 곳.

그 누구의 누구도 아닌, 오직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장소.


내 마음의 수많은 조각들을 낱낱이 해체해 펼쳐놓고,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으며,

그 조각들을 다정한 빛과 바람에

바삭하게 말려둘 수 있는 나만의 요새.




오늘도 찾아와 본 나의 헤테로토피아.

아직은 작은 칸 하나뿐인 이 다락방에

부지런히 빛과 바람과 물을 모아들여

마침내 누군가의 이 되기에 충분한

번듯한 마음속 집 한 채를 지어낼 수 있기를.


그는 오늘도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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