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남아 있는 사람

이별에 서툰 자

by 로움


헤어짐은 모든 것에 윤곽을 긋는다.






모든 만남에는 중력이 있다.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끌려가고,

어느 순간 가장 가까운 거리에 이른다.

그리고, 다시 조금씩 멀어진다.

천체의 궤도처럼, 필연적으로.

우리는 그것을 헤어짐이라 부른다.


나는 그 중력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누군가와 헤어져 돌아서는 순간,

가슴에 크고 작은 동공(洞孔)이 생긴다.

텅 빈 공간으로 찬바람이 불어온다.

그 허전함을 감당하지 못해,

나는 언제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엉덩이가 무겁다거나, 미련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태생이 헤어짐에 서툰 자인 것을.


사람만이 아니다.

나는 상황도, 사물도, 시간도 쉽게 놓지 못한다.

내가 우주나 다차원, 영원 같은 개념에 끌리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까.


그곳에선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다.

모든 순간이 동시에 존재하고,

모든 만남이 겹쳐져 있고,

헤어짐이란 개념조차 없는 곳.

시간이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 곳에선,

나는 조금 덜 슬플 수 있을까.


하지만, 삶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 선택이다.

태어나는 것은 어둠과의 헤어짐이고,

성장은 어제와의 헤어짐이다.

게다가 사랑은 이별까지 포함한 약속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언젠가 그와의 헤어짐까지

감당하겠다는 다짐이다.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와 이별하며 살아간다.

내가 내쉰 공기조차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마주치는 모든 것들과

매일 헤어지며 살아간다.

그렇다.

인생은 영원하지 않기에 빛나는 순간의 집합이다.


헤어짐은 모든 것에 윤곽을 긋는다.

무한 속에 묻혀 형체를 잃을 뻔한 것들에,

경계와 의미를 부여한다.


우주 어딘가,

다차원의 어느 층위에,

헤어짐이 없는 곳이 정말 있을까.

모든 만남이 동시에 존재하고,

이별이 없는 곳.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그런 곳이 있다 해도,

여전히 헤어짐에 서툰 마음이라 해도,

나는 또다시 이곳을 선택할 테지.


만나면 헤어져야만 하는 것들로 가득한

슬퍼서 아름다운

이별이 존재하는

여기. 이곳. 지구,

그리고 사람.


P.S

끝내 남는 자의 마음으로,

매주 월요일 아침 당신께 편지를 보냅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로움의 월요편지〉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