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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은 가을자리에는 저마다의 색이 있어
순백의 구름은 나무 가까이에 내려와 춤을 추고
파이란 하늘은 뒤에 머물러 기꺼이 들러리를 선다.
구름이 구름답고 하늘이 하늘다울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저다운 색을 잃지않고 곁에 머물기 때문이다.
마지못할 이유로 요동치던 삶이 평온해 보이는 것도
서로의 사이에 물든 마음이 쉴 자리를 두어서이다.
간혹 바람에 밀려나 물들다, 짙어지고, 희미해져,
서서히 무채색의 겨울을 맞이하더라도 우리는
새로운 계절에 저마다의 색으로 반짝일 것이다.
한 때 이렇듯 아름답게 물들었다 물러설지라도,
구름과 하늘, 당신과 나는 조금 쓸쓸해졌을지라도,
그리하여 외롭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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