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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은 종이 위에만 있지 않다.
어떤 때는 지나가는 바람의 사이에 쓰기도 하고
때로는 낮은 구름 위에 올려놓고 쓰기도 한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흘러가는 마음의 말들처럼
결국 우리들이 하는 사랑이란 애처롭게도
불어오는 바람을 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안고 있어도 그립고, 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서
옷깃을 깊이 여밀수록 멀리 달아나 버리는 것.
닿는 곳마다 흘린 말들은 그대가 되는데
사뭇 더 사랑하지 못함이 여전히 내겐 버겁다.
마음이 걷는 시간, 그리움의 덧문을 열고
낮 동안 묻고 지냈던 그대에게로 가는 시간,
덧문은 덜컹거리고 낙엽들은 뿔뿔이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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