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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의 것들을 하나 둘씩 떨구며
무채색으로 비어가는 광활한 들녘의 볏다발들과
오소소 쏟아지는 소리를 내며 털어지는 마른 참깨 다발들,
한입 가득 단 맛을 내는 겨울 무의 아삭거림처럼
일상에 찌든 내 영혼도 가벼워지길, 맑아지길 바랐습니다.
자연의 이치를 따라 가뭇없이 사라지는 것들을 바라보노라면
우리의 마음 한 켠이 시려오면서도 새삼 경건해지기도 하지요.
지난 시간들의 상념들을 하나하나 갈무리하고
차곡차곡 마음의 곡간에 거두어 들여
내게 남아있는 날들을 위해 소중히 쓰겠노라 다짐해 봅니다.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
강물이 어는 달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
만물을 거두어들이는 달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인디언력에 기록되어 있는 11월을 이르는 이름들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이라하여 순우리말로 미틈달, 혹은 들겨울달이라고도 하지요. 11월은 모든 것이 다 아름답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 소중하지만 아쉽게 지나간 많은 것들은 더욱 그리워지는 법이기에 살며시 미소를 띄우며 가을을 보낼 수 있을 듯합니다.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가지만 아직, 모두 다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