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조사
어느 날 지역번호를 포함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경찰서였다. 나중에 보니 문자도 도착해 있었다.
여자 경찰이었는데 내가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소장을 받았을 때보다 더 가슴이 요동쳤다.
언니가 어머니를 상대로 고소를 하였는데 나의 설명도 필요하다는 거였다.
예전에 언급했지만 상속인들이 채무를 갚지 않아 토지가 임의경매개시 된 적이 있었다.
이 임의경매 과정에서 제출된 서류가 사기라며 소송사기죄로 고소를 한 것이다.
언니가 마지막 채무를 갚고 경매는 이미 취하되었는데도 말이다.
경찰은 이 고소장을 받고 관련 있는 상속자인 나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나는 내가 아는 한 사실대로 설명하였고 어머니도 이후 경찰조사를 받았다.
첫 번째 고소는 친족상도례에 의한 불송치로 수사가 종결되었다.
불송치가 다행스럽긴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조사가 너무 성의 없게 끝난 것 같았다. 경찰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가족 간 문제’라는 이유로 쉽게 덮어버린 듯했다. 어머니 역시 찜찜해하셨지만, 사건이 종결된 이상 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수사결정이 난 같은 날, 동생이 또 다른 고발을 제기했다.
이번에는 ‘컴퓨터 이용사기’와 ‘사문서위조’였다.
다시 같은 경찰관이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또 참고인이 되었다. 이번에는 경찰도 사안이 이상하다고 느낀 듯했다. 언니와 동생이 번갈아 제주의 경찰서를 찾아가 고소와 진술을 이어갔기에, 이미 어머니와 나에 대한 선입견이 쌓여 있는 듯했다.
새로운 혐의는 ‘은행을 상대로 한 컴퓨터 이용사기’.
대상은 아버지 사망 다음 날 어머니가 인출한 예금이었다.
나는 사실관계를 설명했지만, 수사관은 고소인의 말을 더 신뢰하는 눈치였다. 동생이 제출한 ‘출금 기록’이 근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대화는 냉랭했고, 의심하는 느낌이 뚜렷했다.
전화를 끊고 어머니와 통화했지만, 어머니는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못하셨다. 경찰의 태도는 이미 기울어 있었고, 결국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우리는 공유물분할 소송과 예금반환 소송을 맡아주었던 같은 변호사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다.
그 시점이, 수년간 이어진 분쟁 중에서도 가장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이었다.
<법률 팁>
참고인 조사
참고인조사는 형사사건이 있을 때 관련 인물을 조사하는 것이다. 참고인은 임시적인 지위이고 추후 혐의가 있으면 참고인이 피의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친족상도례
최근 법적 논의 중에 ‘친족상도례’라는 제도가 있다.
친족상도례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족 간에 발생한 사기, 횡령, 절도 같은 재산범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하거나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게 한 특례 조항이다. 쉽게 말해, 가족 간의 문제는 국가가 아니라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권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2024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친족상도례의 핵심인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형사피해자가 제대로 재판에 참여하기 어렵고, 범죄나 피해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며, 가족 간의 범죄를 사실상 방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조항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이 중지되며, 2026년부터는 전면적으로 폐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