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으로 싸우는 법
구상금청구소송에서 나는 혼자서 모든 소송을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전자소송에 가입하고 지급명령을 신청하였다.
법원은 바로 지급명령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언니는 지급명령 이의신청을 하였다.
자동으로 본안소송으로 전환되었다.
구상금청구소송이 시작되었으니 내가 이번에는 원고가 되었다.
동생이 우편물을 받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없이 소송이 지연될 것이 예상되었다. 그래서 언니와 동생에게 각각 지급명령을 했었다.
역시나 동생에게 결정된 지급명령은 송달되지 않았다. 폐문부재였다. 6개월 이상 우편물은 떠돌다가 공시송달이 되었다.
반면 언니는 곧바로 답변서를 보내왔다.
답변서는 매우 격앙돼 있었다.
나의 상속세와 상속비용 대위변제는 허위라는 주장이었다.
언니는 수십 장에 달하는 서면을 냈고 세무서를 상대로 한 자료제출명령을 법원에 여러 차례 신청했다.
대부분은 대법원 판례들의 나열이었고 인신공격도 많았다. 서면에 드러난 억울함과 당당함에 적잖이 놀랐다.
그에 더해 반소를 걸어왔다.
이때는 우리가 상속받은 땅이 나를 제외한 상속자들이 채무를 갚지 않아 경매에 넘어간 상태였다.
언니가 마지막으로 채무를 갚으면서 채권자에게 경매비용까지 냈다. 그리고 경매는 취하되었다.
그런데 이 경매비용의 일부를 언니가 대신 냈다며 돌려달라는 반소였다.
나는 이미 채무를 모두 갚았었다.
경매의 원인은 채무를 갚지 않는 상속자들에게 있었다.
내용은 낯부끄러운 진흙탕 싸움이지만 글로써만 다투었다. 아이러니였다.
이 소송은 1년 6개월 지속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서면으로 싸우는 법을 몸으로 배우고 있었다.
<법률 팁>
지급명령
채권자가 빠르게 돈을 돌려받기 위해 신청하는 절차. 상대방이 이의 하면 본안소송으로 넘어간다.
반소
피고가 원고에게 맞대응으로 제기하는 소송.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원고의 청구와 함께 동시에 심리된다.
서면 쓰는 법
서면은 법원과의 유일한 소통방법이다.
주장과 근거, 증거를 빠짐없이 정리해야 한다.
증거를 반드시 첨부하여야 한다. 증거 없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시간 순서에 따라 정리하면 판사가 읽기에 수월하다.
A4 / 바탕체 12pt / 행간 160%~180% / 여백 기본값 (전자소송에서는 형식이 자동으로 맞춰 저장됨)
판례는 해당 사건과 일치하는 것만을 제시한다. 너무 많은 판례는 오히려 독이 된다.
변론기일에 말로 하는 대응은 기록되지 않는다. 반드시 글로 제출한 것만이 인정된다.
홀로 소송 중인 독자가 계신다면 조금이나마 힘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