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생각_그림

by 서울

어릴 때 꿈이 화가였다.

그때는 아무거나 보고 잘 그렸다.

그러나 그림 그리면 가난을 못 벗어난다던 시절이었다.

순수 미술을 업으로 삼기엔 현실적 장애가 많았다.

재능이 정말로 뛰어나 가난의 두려움도 뛰어넘는 그런 사람이 예술가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 엄마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아이들이 크고 나니 다시 그림을 그려볼까 해서 그림도구를 준비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쉽게 시작할 수가 없었다.


그림 그리는 게 왜 어려운가 생각해 보았다.

준비할 게 너무 많다.

재료도 비싸고

공간도 필요하고

여유로운 시간도 있어야 한다.

요즘은 눈도 침침하다.

아이디어도 있어야 하고

주제도 필요하고

구상도 해야 하고

대상도 필요하고

레이아웃과 색도 설정해야 한다.

요즘 뜨는 작가들은 스타일이 있는데 내 스타일도 정해야 한다.

못하는 이유가 100가지도 넘겠다.

이 모든 게 준비된다 해도 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이 정말로 나를 막는 걸까.

이제 종이나 물감 살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말이다.

애써 찾아낸 외적 이유가 아닌 걸 나도 안다. 내면의 내가 못하게 막는 건 아닐지. 처음부터 대단한 작품 만들고 싶은 욕심은 아닐지.

나는 안 될 거라는 무의식이 있는 건지...

브런치에 글은 핸드폰으로 뚝딱 쓰면서 그림을 새로 시작하기는 참으로 힘이 든다.

수개월 동안 덩그러니 놓인 빈 종이를 보기가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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