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은 26세다.
과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전공과 무관한 음악을 좋아한다.
딸아이는 어릴 때 바이올린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못하기도 했고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잠시 하다가 그만두었었다.
그 당시 작은 바이올린이 아직 집에 있다.
최근 성인용 바이올린을 하나 사서 스스로 다시 배우겠다며 개인 레슨을 받는데
선생님이 그룹레슨이 있다면서 참석하라고 하셨단다.
딸아이가 가 보니 10살 내외의 어린아이들과 같이 하는 그룹레슨이었다.
우리 딸은 잠깐 하다가 너무 부끄러워 그 자리를 나왔다고 한다.
밖에 나와 쇼핑을 가려는데 선생님이 어디 있냐고 전화가 왔다.
다시 오라는 소리에 내키지 않지만 서둘러 다시 갔는데 이번엔 학부모들까지 와서 방청을 하고 있더란다.
처음보다 더 부끄러워졌지만 아이들과 같이 나비야를 연주하며 수업을 마쳤다고 한다.
학부모가 참석한다는 걸 몰랐었는데 누군가 교실 앞의 딸에게 학부모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 순간 너무 수치스러웠다고 하는데 그 말에 딸과 나는 둘 다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우리는 항상 배움에도 때가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 어릴 때 배우면 참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형편이 안되어서든 그 당시에는 흥미가 없어서든.
늦게라도 배우고 싶게 되면 딸의 경우처럼 아이들과 같이 해야 할 때도 생겨서
다들 이 나이에 무슨... 하며 시작도 못하곤 한다.
나도 그런 두려움으로 뭔가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무엇이든 그 첫 단계를 거쳐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늦게 배우기 시작했어도 어떤 과정을 건너뛸 수는 없는 것 같다.
딸아이가 오늘처럼 수치스러운 순간을 견뎌냈다면 언젠가는 바이올린 연주하는 과학자가 되어있을 것 같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