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100일의 추억'에 여고 교실 풍경이 나왔다.
한 여학생이 마이마이를 챙기는 모습이다.
이 장면이 나의 옛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90년대에 지방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때도 휴대용 카세트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나 또한 집에서 그런 걸 사줄 형편은 되지 않았다.
모두 없는 게 당연한 시절이라 불만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미술대회가 있어 출전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구성'이라는 그림을 그릴 때였다.
구성은 주제가 나오면 주제에 맞게 면을 나누고 채색을 하는 것이다.
주로 대학 입시를 치를 때 보는 시험이다.
그 미술 대회는 도에서 치르는 큰 대회였고 여러 학교에서 학생들이 참가하여 구성을 그리는 대회였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거다. 나는 큰 대회는 처음이라 많이 떨렸다.
실력도 좋지 않아 더 떨렸었다.
주제를 받았는데 '워크맨과 자전거'였다.
자전거는 알겠는데 워크맨이 뭔지 몰랐다. 정말 그 단어 자체를 처음 듣는 시골 학생이었던 거다.
그때부터 커닝을 하게 되었는데 그림에 커닝을 하면 잘할 리가 없다.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아이들이 뭘 그리나 슬쩍 보고서야 워크맨이 카세트라는 것을 알았다.
고등학생이 그 단어를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그땐 정말 카세트를 가질 수가 없었다.
얼핏 본 워크맨을 잘 그릴 리가 없었다.
당연히 완성하지 못했고 당연히 입선도 못했다.
그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 게 이상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카세트도 없이 영어 듣기 평가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그저 청력 검사였던 것 같다.
게다가 그 대회의 문제 출제자는 시골 학생들이 당연히 워크맨을 잘 알 거라고 생각하고 출제한 건지 웃음이 나왔다.
드라마 한 장면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게 재밌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알지 못했던 워크맨이 이제는 내 추억의 소품이 되어 다시 나타났다.
드라마도 참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