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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Oct 02. 2023

책을 잃어버리지 않는 삶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2022


나는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다. 장르를 불문하고 마음에 이끌리는 대로, 눈에 밟히는 대로 그날그날의 책을 골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누군가와 책을 매개체로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다. 성인 독서율이 0권에서 1권을 왔다 갔다 하는 이 시기에, 파주는 소중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말할 일이 없었지만(지금껏 봐온 영화들은 진로와 연관이 없었다) 나의 현 전공은 '문헌정보학과'다. 필연적으로, 그리고 우연적으로 나는 책과 나를 연관시켜 왔다. 그래서 도서관이 잘 구축된 곳을 좋아한다. 출판사도 물론 관심 대상이다. 그렇기에 파주는 더더욱 감탄스러웠다. 책이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 시대부터, 책의 소비가 줄어들기 시작한 이 시대까지 굳건히 출판도시를 지켜오다니.


출판도시를 가본 적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약 일주일 후에 우연히 방문 기회가 생겼었다. 우리 집부터 접근성이 나쁘지 않았다. 마냥 외진 곳에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도심에 있지도 않았다. 창작하기 좋은 위치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리고 잘 짜인 건축 구조는 사람들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잘 만들어진 곳을 휙 지나칠 이유는 없다.


이곳에는 거주 공간도 있다. 영화 속에서 소개된 거주지와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물론 영상 매체에 비친 모습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거주 중인 아이들의 모습은 왠지 계속 기억에 남는다. 책과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다. 글로 써진 세상의 아름다움과 여러 모습들을, 많은 아이들이 느낄수록 좋은 거니까.


이 영화를 보던 당시 전공 학부생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당시 도서관을 사랑하는 마음이 최고조를 찍었었고, 기억을 되짚어가며 쓰던 지금은 전공생이기에, 자꾸만 영화보다도 책에 중심이 맞춰진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게 진짜인 것 같다. 더 굽어가기 전에 영화에 대한 마지막 감상을 남기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것도 없던 파주의 드넓은 땅에 이러한 감탄스러운 출판 도시가 생기다니! 이곳에서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지식이 쌓이고, 문화가 쌓이고, 경험의 장소가 될지 기대를 감출 수가 없다. 멀티미디어가 점차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에, 출판 도시가 굳건히 버텨주길 바란다. 다시 한번 독서의 시대를 나 또한 기다리고 있으니까. 도시의 발전을 지식의 지혜를 기반으로 해낸 파주 출판 도시에게,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고 말을 전해본다.


20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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