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 Sep 17. 2023

모든 것이 휩쓸리지 않게

「어파이어」, 2023


영화를 관통하는 요소가 있다. '산불'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잊지 못할 정도로 산불은 계속해서 언급되고, 존재한다.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산불은 필수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주인공 '레온'의 캐릭터가 정말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에서 레온이 없었으면 어땠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레온이 어파이어의 시작이고 끝이다. 사회를 살아가며 겪게 될 모든 감정들을 레온이 보여준다. 경이로울 따름이다. 그리고 친숙하다. 흔히 얘기하는, 주변에서 보는 관점에서는 재미있는 사람이지만 막상 내 곁에 있으면 어려운 사람. 이 말만큼 레온을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은 없을 것이다.


산불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영화 내에서도 볼 수 있었다. 멧돼지에도 불이 붙고, 넓은 들판에도 불이 붙고, 남은 건 앞으로 불이 붙을 땅들이었다. 이 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머무르고 있던 곳은 안전지대였다. 바람은 반대로 불고, 불도 그에 따라 움직였으니까. 그러나 언제까지나 안전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집 앞까지 재가 들어온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레온의 친구 펠릭스, 그리고 휴양지에서 만난 펠릭스의 친구 데비드. 둘은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재가 날리던 그날. 마치 모든 것을 앗아간다는 말과 같이 그들도 함께 휩싸였다. 아무도 막을 수 없었을 것이고, 막아서도 안 됐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그들은 함께였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나디아. 중심점 같으면서도 영화 외곽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디아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자기중심적 사고가 돌아가는, 조금 더 깊게 보면 사람과 교류하는 게 조금은 어색해 보이는 레온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존재다. 나 또한 영화를 보며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레온의 자기중심적 사고는 여러 대사로 엿볼 수 있었는데, 이 또한 나디아의 한 마디로 잠깐이라도 자각하기도 한다. 심지어 감정적 발전까지도 이루었다!


볼 때 재미있는 영화가 있고, 보고 난 후에 재미있는 영화가 있다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다. 이 영화는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보는 내내 조금은 잔잔한 전개에 지칠 때도 있었지만,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다시금 영화가 시작된다. 나는 지금도, 레온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지 떠올린다.


영화 속 인물 한 명 한 명 모두가 입체적이라 글로는 차마 다 담을 수 없었다. 어파이어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고 또 보는 것이다. 그들의 복합적인 관계를, 그리고 모든 성격들을.


2023.9.15


작가의 이전글 지옥 속에서 구원을 바랄 수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