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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Nov 19. 2023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괴인」, 2023


이리저리 일들을 하고, 시간을 보내느라 영화를 보지 못했다. 이렇게 바쁜 시간의 틈 속에서 드디어 영화를 예매했고, 다시금 여유를 찾고 기분이 들떴다. 역시 영화는 나에게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포스터와 제목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보면서도 '괴인'이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집에 오는 길 내내 참 이상한 영화였다고 생각했다. 너무 이상하다. 영화가 아니라 그냥 누군가의 어느 하루를 담아놓은 것 같아서, 내 주변의 누군가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서. 무서우면서도 신기하면서도 그냥 받아들이게 되는 영화였다. 


영화의 주인공은 목수로 일하고 있는 '기홍'이다. 책임자로서 동료들에게는 조금은 과해보일 정도로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세입자로서는 하염없이 낮아 보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사람의 진정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둘 다 기홍의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기홍의 주변 환경 또한 마냥 익숙하지는 않다. 세입자로 살고 있는 집은 구조가 특이하다. 연결되어 있지만 연결되어 있지 않은, 별채 같기도 본채 같기도 하다.


이 집의 주인 '정환'도 참 이상한 사람이다. 세입자 기홍과 좋은 친구가 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 집중하면 왠지 선을 긋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 영화는 모순적인 모습들이 자꾸 보였기에 이상하다고 생각이 든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정환은 유달리 남 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누구나 흥미 있는 얘기에 관심을 기울일 수는 있지만, 그걸 넘어 행동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하나'라는 인물을 빠트릴 수는 없다. 기홍의 차 위로 떨어져 영화의 흐름을 완전히 본인에게로 끌어오는 인물이다. 가장 이상하면서도, 가장 평범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하나는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미안함은 있지만 그게 잠깐 스쳐 지나가는 감정인 것 같았다. 배려심이 있지만 배려심이 제쳐지기도 한다.


모순이라는 느낌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이런 거겠구나 싶었다. 뭐든지 이상하지만, 뭐든지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왠지 내 마음은 혼란스러워진다. 단순히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럴 것이다, 나도 이들처럼 이상해보이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또 나를 꺼내본다,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금 영화를 생각해 본다. 과연 이상한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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