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타는 여자들」, 2022
너무나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저 평소처럼 SNS를 여유롭게 보고 있었고, 팔로우하고 있던 극장에서 이 영화의 포스터와 함께 무대인사를 오신다는 소식을 전했다. 들어가게 된 예매창에는 맨 앞 줄 한 자리가 비어있었고,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예매를 마쳤다. 무의식 중 선택하게 된 영화였다.
운이 좋게도 A3 포스터를 함께 받았다. 영화 속에서 이 포스터의 의미를 알 수 있었는데, 선생님들이 선호하는 색들을 골라 그려낸 포스터였다. 집에 오는 가깝지 않은 여정 동안 쉽게 다룰 수 없었다. 포스터 하나까지도 의미가 담겨 있었다.
1970년대, 평화시장에서 미싱 타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동이라는 말로도 담아낼 수 없는 혹독한 일이었다. 기본적인 여건조차 갖춰졌다고 보기 어려웠을 정도로, 차마 현재에 와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평화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은 분다.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이름 '전태일'. 전태일이 평화시장에 태풍을 일으키고 난 후, 세상에 남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는 평화시장에 남은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교실'을 연다. 이 노동교실에서 많은 노동자들은 처음으로 배우고, 노래 부르고, 사회에 더 나아갈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다. 거센 저항에 맞서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잃은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 마저 온전치 않았다. 이들은 왜 감옥에 가야만 했으며,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왜 이렇게 저항되어야 하는지. 사회에서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워야만 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영화가 마무리될 때 즈음, '흔들리지 않게'라는 노래를 노조원들이 다 함께 합창한다. 물론 전부터 계속해서 마음을 울리고, 울리는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음에도, 노래가 시작되니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었다. 노래에 세상이 담겨있다. 그들이 얻고자 했던 그 과정 속에서 느껴진 바가 노래를 통해 나에게 흘러왔다. 쉽게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내가 과거보다 안정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데에는 이러한 노력들이 있었는데, 왜 나는 알아차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 후회와 감사의 눈물이었다.
그렇지만, 과연 현재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배우고,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나는 부정의 대답을 한다. 아직도 사회 속 문제는 여전하다. 그저, 발전된 사회에 맞게 감추는 능력들이 더 향상되었을 뿐이다. 이 영화를 만난 후, 사회의 노동 여건에 대한 문제를 주의 깊게 보려 노력한다. 사회는 변한다. 그렇지만 변화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변화 속에서 모두가 함께 변화하고 있는지, 평화시장을 생각하며 늘 의식해야만 한다.
모든 이들의 배울 권리와, 마땅히 살아갈 권리가 지켜지길 바라며.
202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