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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Jun 28. 2023

0.05%로 일상 채우기

「어나더 라운드」, 2022


지난 2022년, 친구의 권유로 처음으로 예술영화를 접하게 된 곳에서 다시 한번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이 너무나도 좋았기에 이번 영화도 틀림없이 좋을 거라 예상했다. 역시나 기분 좋은 예감은 벗어나지 않는다. 아깝지 않은 1시간의 시간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와 배지를 받을 수 있었는데, 나는 포스터에 강하게 이끌렸다. 약간은 흔들리는 시야 같지만, 흔들림의 이유는 분명히 올라간 기분 때문일 거라고. 그렇게 짐작해 볼 수 있는 포스터였고,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영화를 설명하기에 너무나도 적합한, 대체될 수 없는 포스터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가 은은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영화가 계속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둔 게 가장 큰 이유지 않을까 싶다. 0.05%의 알코올이 일상에 들어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양날의 검이다. 영화 속에서도 그렇다. 누군가는 인생의 무료함이 사라지고 열정이 생겼지만, 누군가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기도 했다.


왜 알코올 없이는 열정을 되살릴 수 없었을까. 반대로, 그래도 평범했던 일상이 망가져가는 걸 느끼면서도 왜 알코올을 멈출 수는 없었을까. 물론 어떤 마음이었을지,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다. 알코올은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람을 바꿔주는 힘이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대체 요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실험 초반에는 그들이 모두 열정 가득한 일상을 보냈다는 것은 낙관적인 점이다. 


그럼에도 알코올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을 때는 주변의 시선이 달라진다. 그리고 내면의 자아도 다시금 흔들린다. 이 요소들로 영화 밖 관객들과 얘기하려는 것 같았다. 일단 나는, 대화가 하고 싶어졌다. 망가져가는 일상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영화의 마지막은 졸업 파티를 즐기며 술에 취해 춤을 추기도, 바다에 뛰어들기도 한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 너무나도 많은 비극과 희극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행복을 다시 찾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었다. 그만큼 마지막의 매즈 미켈슨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며, 나 또한 마지막 장면의 여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인생은 직접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을 꾸리는 것도 나의 몫이 된다. 길고 긴 여정 끝에 알코올 같은 늘 새로운 요소를 찾아나갈 수 있기를.


202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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