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도 이런 나
난 어려서부터 창피한 게 너무 많은 아이였다.
대부분의 시간, 극 I (아이) 같다가도 어떨 땐 나도 모를 사회성의 에너지가 나오기도 했다.
아마 통계나 분류로 정확히 나눌 수 없는 뭔가가 있는듯하다.
한때 요리 유튜브를 했었다.
난 얼굴도 내밀지 않은 유튜버였지만 혹시나 누가 날 알아볼까 친구들이 눈치를 채고 물어봐도
내 채널을 알려주지 않았었다.
구독자가 늘었으면 하는 맘은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편으로 누가 볼까 창피했다.
남편은 아는 사람들에게 구독자 천명도 안된 나를 유튜버라고 소개하며 지인들에게 소문을 냈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고마워했을 일 일 텐데 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가까운 식구들도 안 봐줬으면 했다.
나도 나를 모르겠지만 그저 혼자만의 놀이터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었었나 보다.
영상을 찍어 올리는 건 너무 즐거운데 내가 아는 사람이 내 영상을 안 봐줬으면 하는 마음은 또 뭐였을까...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도 이런 기분이 든 적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은 미술 전공을 하신 분이었다.
멋쟁이에 항상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다니셨다.
처음 선생님의 미술 시간에 내가 그림 그리는 걸 보시더니 작년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 중에서 한두 작품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새 학기니 환경 미화할 때 내 작품을 걸어두시겠다는 생각이셨다. 나 말고도 다른 아이 한 명에게도 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를 보니 화실에 다니는 것 같았다. 난 한 번도 미술학원에 다닌 적이 없었고 내가 보기에 그 아이의 그림은 내가 그린 것과는 차원이 달라 보였다. 난 많이 창피했다. 내 그림이 그녀의 그림 옆에 놓인다면 너무 초라해 보일 것 같았다. 난 선생님이 다른 아이에게 그림을 가져오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년에 그린 그림을 다 버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선생님은 일주일의 시간을 줄 테니 다시 그려 오라고 하셨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도 내가 그림을 가져오지 않자 선생님은 약간 화가 나셨다. 난 내 속마음을 선생님께 이야기하기가 부끄러웠다. 집에서 아무리 그림을 그려보려 해도 화실을 다닌다는 아이의 그림같이 되지 않았다. 작년에 그렸던 그림을 아무리 뒤적여봐도 맘에 드는 게 없고 창피하기만 했다.
왠지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으셨고 수업시간에 그리던 내 그림을 그 아이의 작품 옆에 걸어 두셨다.
이후로 난 선생님이 날 미워하실 거라 생각했었다. 그리곤 1학기가 끝날 무렵 선생님은 파리로 유학을 떠난다고 하셨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앞으로 불러내어 명화가 그려있는 책받침을 하나씩 나눠 주셨다. 난 내 순서가 다가오자 너무 긴장이 되었다. 아이들 앞에서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실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내 맘을 다 알고 계셨던 걸까... 살짝 웃으시며 "꼭 미술 공부해라 "하셨다. 눈물이 찔금 났다.
난 뭐가 그리 창피했던 걸까, 그리고 50이 넘은 반백을 산 나이에도 뭐가 그리 창피한 걸까.
오늘 글을 적으며 생각했다.
사랑을 받아도, 관심을 받아도, 쉽사리 안심하지 못하는 나는 무슨 두려움에 싸여 있고 또 어떻게 해야 이런 맘은 극복할 수 있는 걸까.
그저 나의 성격이니 내가 나를 이해해줘야 하는 걸까.
남을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데 난 혼자 있는 시간조차 남을 의식한다.
이제 좀 편안해지고 싶다. 나에게...
유튜버는 나 같은 성향의 사람이 하는 일은 아닌 걸까.
매일 유튜브를 보며 나의 영상을 만드는 생각을 한다. 참 이상한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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