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걸음마 연습 / 소곤소곤이야기 33
바나나 라테를 주문하고 앉았다.
카페에 들어서서 가격을 보고 내가 무얼 마실 지를 결정했던 다른 날들과 달리
가장 맛있어 보이는 메뉴를 시켜 보았다.
아이들 키울 땐 내 취향을 나에게 묻지 않았다.
50대 중반의 나이, 환갑이 금방이라는 생각에 그냥 앉아 쉬어도 좋고, 아무도 무얼 하라 강요하지 않는 나이...
신생아가 태어나 걷는 데까지 1년 남짓, 말을 하고 글을 깨치는 데까지 7년 남짓,
간신히 글을 읽던 아이가 대학에 가는 게 다시 10년 정도 걸리는 걸 생각해 보면
앞으로 5년, 10년 내가 못 할 일이 무엇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내 취향이 시키는 대로 커피를 주문하고 차분하게 맛을 음미하는 것부터
해 보기로 한다.
살이 많이 찐 후, 곰곰 내 식사 습관을 되돌아보니 영양가가 있는지, 몸에 좋은지, 칼로리가 얼마인지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정말 먹고 싶은 걸 생각하고 먹었던 것 같지 않다.
주부라서 내 배가 불러도 요리하고 밥 차리고 의무적으로 밥을 먹던 내게
'수고했다. 하지만 이젠 그리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먹고 싶으면 먹고 먹고 싶지 않을 땐 배가 고플 때까지 기다려도 된다'라고 이야기를 건넨다.
아껴 두었던 필기감 좋은 노트를 펴놓고 귀족처럼 만년필을 얹으니 무엇이라도 적고 싶어진다.
아줌마로 살아온 긴 시간만큼 내가 시간을 쓰는 효율이 떨어져 있음을 안다.
단순히 생산적인 활동을 하냐 못하냐가 아니라 내가 지금의 내 시간을 귀중하게 여기는가에 문제다.
젊음을 되돌릴 순 없지만 돌쟁이의 걷기 연습처럼 다시 시작할 순 있다.
절대적 시간은 젊은이나 늙은이나 동일하다.
미래를 위해 돌쟁이가, 젊은이가 쓰는 노력의 시간만큼 늙수그레한 나의 시간도 귀하게 채워보리라 다짐한다.
나도 10년 후에는... 누웠던 사람이 걷고, 한 가지 언어도 못하던 사람이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는
당연한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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