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가>

슬픈 과거에서 온 선물 by sogons

by sogons

아이 어릴 적 살던 집 가까이에 감자탕을 잘하는 가게가 있었다.

뼈 해장국을 시키면 등뼈가 무려 4개나 들어 있었고

단골에겐 조개젓을 내어 주었다.

예전 그 집은 아니지만

딸과 만나 첫 식사로 뼈해장국을 먹었다.

딸과 둘만의 여행이다.

어느새 커서 바빠진 딸은 일 년에 일주일을 보기도 힘들어졌지만

이렇게 누구와 이야기하며 먹는 식사가 얼마만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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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남편과 나, 둘만의 식사엔 대화가 없다.

핸드폰을 내려놓지 않는 남편에게 하던 잔소리는 더 이상 없다.

남편은 음식이 나오면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려놓고는

식사시간 내내 댓글에 답장을 단다.

나와 함께 있지만

그는 사이버 세계의 사람들과 음식을 즐긴다.

그래서 나는 식사 시간이 가장 외롭고 화가 난다.

소화가 잘 될 리 없다.

맛도 모르고 입에 음식을 쓸어 넣는다.


딸아이에게 행복하다고 말해 주었다.

너를 기르며 행복했고

이렇게 밥을 같이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밥을 같이 먹고

영화를 같이 보고

쇼핑을 같이 하는 일들...

혼자 해도 되는 일들을

누군가와 함께하는 이유는

즐거운 일을 함께하면 배가 되는 기쁨 때문 일 텐데...



오늘, 딸과 둘이 만나 이렇게 귀한 식사를 하는 중에도

남편 생각에 서운해하는 나를

얼른 추스르고 추슬러

지금 딸과 누리는 호사가

떠오르는 서운한 감정에 쓸려가지 않게 온전히 누려 보았다.


남편의 외도와 중독에 힘들기만 했던 시절

아이는 짐 같았고 내가 떠나지 못하는 슬픈 이유였는데

이제 내 아가는

눈물로 삼킨 과거에서 온, 선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사랑한다. 내 아가...


#20251229 #소곤소곤이야기 #딸과의한국여행

#에세이 #50대일상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