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 50대 에세이
남편은 언제나 말이 없다.
폭력과 바람으로 나에게 지옥을 선물하고도...
그의 주제는 항상 그에게 집중된다.
운동을 하고 좋은 술과 음식을 먹고 숙면을 취한다.
그는 흔들림이 없다.
하지만 난
20년이 넘는 세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며칠을 집에서 나가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그리고 며칠 간의 침묵 후
인정도 사과도 없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난,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행복엔 관심이 없었다.
그를 미워하는 일에
꽁꽁 숨겨둔 그의 잘못을 찾아내는 일에
사과도 받지 못한 일을 삼키는 일에
20년이 넘는 세월을 몰두하고 있었다.
며칠 전, 새해가 시작된 날
결혼 30년에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가 몰두해 온 일이
'증오'임을 깨달았다.
그는
폭력적이고 알코올 중독이며 바람둥이이다.
이미 아는 일이다.
다 아는 일이다.
20년을 이어온 일이다.
그러나 이제... 생각해 보니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가 증오한 사람은 '그'가 아니고
'나'였음을 깨닫는다.
떠올리기만 해도 아픈 일을
반복해 겪으며 살아오면서
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의 뇌는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고 한다.
올해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만 생각하기'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그'도 그 더러운 '그의 잘못'도 아니다.
변화의 가능성은 인정과 사과인데
그는 2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았다.
알코올로 여자로 방탕한 건 '그'이지 내가 아니다.
그에게서 나의 감정을 독립시켜야 한다.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
그의 잘못이 떠오를 때
이제는
그를 향한 증오대신
나와 내 이웃을 축복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해 보기로 했다.
증오가 '그'를 찌르지 못하고 '나'를 찔렀던 것처럼
내가 하는 축복은 '나'를 향하게 될 것이다.
20년 넘게 살아온 증오의 사슬을 끊고
앞으로 20년 동안,
난 나와 내 이웃을 축복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처럼
그가 그렇게 산다 해도
난 이제 하루 이상은
그를 증오하는데 쓰지 않기로 다짐한다.
시간이 없다.
난 나를 사랑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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