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2026>

민 하늘을 계속 쳐다보았다 /50대 에세이

by sogons

왜 신에게 질문을 할 때는 자꾸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될까...

난 하나님을 믿는다.

하나님의 이름이 하늘과 닮아서일까

아니면 저 하늘 어딘가

해나 달이 있는 우주에 계실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일까...


하나님께 처절히 매달리며 했던 질문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고

당장 대답을 받지 못해도

적어도 내가 한 기도를 잊지 않고 싶었다.


마침...

만년필과 기록을 사랑하는 친구가

귀하게 구한 것이라며

만날 때마다 하나씩 두 개씩,

몇 년에 걸쳐 나누어준

보석 같은 만년필과

예쁘게 발색되는 여러 종류의 잉크,

그리고 샥샥 소리를 내며 잉크를 받아내는 노트가 생각났었다.

필요가 생기고 보니 얼마나 하나하나 귀한 선물이었던지.


처음엔 묵상 노트를 적었었다.

집에서 나갈 힘도, 경제적 자유도 없을 때

성경을 하루 종일 읽고 앉아

맘이 내뱉는 기도를 노트에 빼곡히 적었었다.

그렇게 십년이 넘은 기간이 흘렀고

난 같은 기도를 거의 매일같이 적고 있는 내가 한심스러워 보였다.

변해라 변해라 하는 남편은 변하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 매일 기도하며 울고 또 울어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이사할 때에는

국제 이삿짐에 실을 공간이 없다는 빌미로

십년 넘게 몇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도

이삿짐에 넣기도 너무 귀해

손에 들고 비행기에 탔었던 내 보물 노트를

휴지통에 넣어 버렸다.

하나님이 이 노트에 계신 게 아니고

온통 내 울분이 그 노트를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몇 년 전부터

다이어리에 아주 간단하게 일상을 적어 놓고 있다.

이사와 변화가 많았던 기간이라

난 내가 언제 어디에 살았는지

그리고 어느 해에 무슨 일이 있었었는지를

간략히라도 기억하고 싶었던 이유에서다.


예전처럼 많은 양을 읽지 않지만

묵상에서 그날 마음에 품은 말씀은

혹시 내게 주신 말씀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보라색으로 눈에 띄게 적어 놓는다.

혹시 뭐라도 잡기 원하는 내 맘이

이 말씀을 맹신할까 겁이 나서

내게 주신 말씀이라면 다시 생각나게 하시라 기도하며

노트를 덮는다.

그래도 이 단순한 습관으로

적어도 우주에 혼자 유영하고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은

많이 해소되었다.


하나님은 내가 잡을 때 잡히지 않는 분이었다.

내가 맘으로 상상한 어떤 선한 존재도 아니었다.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존재임을 해가 거듭할수록 깨닫는다.

어떨 땐 너무 가까운데

어떨 땐...

수많은 증거로 이젠 부인할 수 없는 그 존재가

의심이 될 정도로 멀다.


난 불교를 믿는 부모님을 만났고

어린 시절의 반은 절에 다녔다.

노래가 좋아 다녔던 교회에서 배운 찬송가가

허공에 버려진 것 같던 그날 내 입을 채우지 않았다면

난 아직 무교에 머물렀을 것이다.


오늘 아침

이 더운 나라에도 겨울이라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잠을 깨도 일어나기 싫었던 하루가 시작될 때

'오늘은 오늘을 생각하며 값지게 살아보리라'

'증오 대신 사랑을 택하리라.'

'나 자신을 내가 스스로 위해 주리라' 했던

어제의 다짐을 기억하고

아파트 정원으로 나가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는...

짧은 기도로 하나님을 구했다.

목놓아 불러도 잡히지 않던 하나님이

이 신음을 기억하실지는 모르지만

저 하늘에 계시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저기에 앉아 내려다보실 것 같아서

하늘을 한참 바라보았다.


좋아하는 꽃 한 송이가 나무에서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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