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두렵다>

50대가 쓰는 덜 익은 묵상 에세이 #2

by sogons

어릴 적

엄마의 손을 잡고 가면

아무 걱정이 없었다.

내가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나의 필요를 알고 있었고

자신의 모습보다 내 모습에 관심이 많았다.


난 결혼해서 하는 사랑이 그런 건 줄 알았고

그가 술과 여자에 찌들어 살지만

그 자신, 내 사랑받은 것을 부인하지 않는 걸 보면

내가 그를 더 많이 사랑했었던 건 맞는 것 같다.


난 부모님의 사랑에 젖어 감사한 유년을,

그는 어머니의 가출과 아버지의 고함소리에 불안한 유년을 보냈다.


오늘 아침 눈을 뜰 때

주님은 어김없이 내 귀에 말씀하신다.

'두려워 말라'

내 일상이 두려움의 연속인걸 아신다.

두려울 일들을 좀 치워 주시면 좋으련만

몇 년이 넘도록 같은 말씀을 주시지만

깜짝 놀랄 만큼 두려운 일들은 내 일상을 채우고 있다.


'두려워 말라'라는 말씀이 새벽을 깨웠을 때

난 그 말씀이 더 두려웠다.

'두려워도 내가 있으니 걱정 말아라'라는 의미로 주신 말씀인 줄 알지만

내게 올 또 다른 두려운 하루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긴 터널을 주님 손을 잡고 걷고 있는 것이리라 믿는다.

하지만...

왜 나랑은 터널만 다니시는 건지...

앞에 불이라도 하나 켜 놓고 다니면 안 되는지...

내가 느끼는 건 가끔 느껴지는 주님의 손뿐인데...


난 터널대신 초원을 걷고 싶고

터널이 이렇게 어둡다면 등불이라도 보며 걷고 싶다.


사랑을 받지 못한 남편이 누구를 사랑하기 힘들다는 걸 안다.

그 불안함은 안식을 찾지 못하고

안식을 위해 돌아다니며 바깥 밥을 먹는다.

점점 더 고갈되는 그의 영혼만큼

내 마음도 말라가는데

주님은 날 여기 두신 이유가 있으신 건지...


친구들도 가족들도 모두 그건 믿음도 신앙도 사랑도 아니라 한다.

그곳을 떠나라고...

나 역시, 이게 주님이 주신 자리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딱히 주님 때문에 내가 여기 있다고도 말하지 못한다.

그저 내 성격이 의존적이고... 게으른 탓일 수도 있다.


난 딱 한 말씀밖에 들은 적이 없다.

그것도 이 고난의 시작 무렵

그러니까 10년이 넘은 일이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내 집이 구원을 얻으리니..'

이 말씀이 나를 여기에 잡아 두는 건지

아니면 내 능력 없음이 나를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지

내 고집에 주님도 말씀이 더 없으신 건지

나도 모를 일이다.


한 달 전쯤 주님이 말씀하셨다.

'도와주어라'

난 여태 그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는 나를 여러 차례 배신했었다.

사실 내가 제대로 들은 말씀인지 헷갈리고 혼란스럽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을 때,

성경적 의미와 하나님의 성품과 일치하는 기준 등을 살펴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하나님은 평화를 사랑하시겠지만 전쟁도 하신다.

하나님은 못된 나발을 죽이시고

그의 처였던 '아비가일'을 다윗에게 주기도 하셨다.


사탄도 이야기할 테고 하나님도 말씀하시는데

난 아직 잘 모르겠다.

확인의 메시지는 아직 없다.

헛갈리는 대목이다.

믿음의 여정 중에서 지금 난 가장 외로운 터널을 지난다.

하긴 여태의 여정도 지금이 가장 어렵다 생각하며 걸었다.

가끔 그의 손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난 혼자인 듯 외롭다.


왜 이토록 혼자가 되게 하시는지...




#20260106

#소곤소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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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길로가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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