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쓰는 덜 익은 묵상 에세이#6
난 강원도를 좋아한다. 바다며 산이 그리 아름답고 공기는 더할 나위 없는 곳, 단점이라면 겨울이 춥다는 건데
휴가 내어 잠시잠시 들렀던 나의 생각으로는 스키장의 어묵 국물 한 잔이면 참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친정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정년을 맞으셨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텐트를 가지고 일 년에 한 달이 넘게 강원도 캠핑장으로 캠핑을 다니셨다. 평생 자식과 가정밖에 모르셨던 아버지는 아들, 딸 교육에 시집, 장가를 다 보내고도 남은 재산마저도 아끼고 아껴 쓰시느라 돌아가실 때까지 호텔에서 묵는 일은 없으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생각만 해도 이렇게 온몸이 아픈 건 아버지 즐기지 못하고 자식 위해 살아온 평생이 고맙고 아쉽고 죄송해서 그런 것 같다. 엄마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너무 외로워하셨다. 함께 살 용기가 내겐 없었다. 엄마는 외로움에 지쳐 치매에 걸리셨고 난 내 잘못인 것 같아 아직도 마음이 아니 몸이 아프다.
이젠 내 아이들도 다 자라 나름 자신의 길을 갔다. 해외에서 살다 보니 대학을 가면 집을 떠나 살게 되어 한국 내 또래 친구들보다 나는 일찍 아이들을 독립시켰다. 다들 말하는 빈둥지맘이 되었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서 내가 아버지, 엄마에게 했었던 말과 행동이 보일 때면 우리 아버지 엄마도 이런 말들에 서운하셨겠다 하면서 매정했던 나를 뒤돌아보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 일 많고, 흠 많은 가정에서 별 일 없이 잘 자라준 아이들이 너무도 고맙다. 한편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나와 멀어지는 과정이다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날 때도 있지만 말이다. 보통은 남편과 이 시기를 우리 엄마, 아버지처럼 여행하며 운동하며 보내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앞에서 내가 강원도 이야기를 한 이유가 뭐냐면...
서울에서 강원도를 가다 보면 아주 긴 터널을 여럿 만나게 된다. 초행길이라면 잘못 들어온 거 아냐? 하며 네비를 확대해 보는 식순을 거치게 만드는 아주 긴 터널... 하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잠시 빛을 보여 주고는 다시 시작되는 터널을 만난다. 드라이브하며 산과 하늘을 감상하려 했는데 서울을 벗어나 좋은 경치가 등장할 무렵부터 시작되는 터널은 강원도에 다다르기까지 터널과 터널의 연속이다.
결혼 이후의 삶 속에서 난 그런 터널을 여럿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도 난 아주 긴 터널안에, 끝이 있는건가 싶은 (어쩌면 땅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하게되는) 터널? 안에 있다. 아이들이 터널에 같이 있을 때엔 마음은 더 무겁고 몸은 아파도 혼자는 아니었는데 이제 아이들도 다 나간 터널 속을 나 혼자 걷고 있다.
터널의 끝이 보이고 빛이 보이는 순간 숨을 한번 들이마셨을 뿐인데 또다시 길이도 모를 터널로 진입하는 나를 보고 있자니 언제 까지냐는 질문이 저절로 나온다. 강원도에 가는 것처럼 내가 들어갈 터널의 개수가 정해져 있는 걸까? 이번 터널이 제일 긴 터널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고 있는 곳이 강원도가 맞는 건가... 도 잘 모른다.
누구의 말처럼 불행에 총량이 정해져 있다면 난 앞으로 터널 몇 개를 더 마주하고 있는 걸까...
믿는 사람으로 생각해 보면 남은 터널의 갯수는 알지 못하지만, 이 터널이 이끄는 곳은 하나님이 예정하셨을 테니 그럼... 내가 할 일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터널이던 땅굴이던 끝이 어디고 언제 그 끝을 만날지 모른다 하더라도 내 삶이니 아무렇게나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핸들을 두 손으로 잡고, 잠들지 않게 눈을 똑바로 뜨고, 차선이 실선이니 차선 변경은 금지고 그대로 쭉 바깥이 보일 때까지 계속 정속으로 달리는 것이겠지? 여기가 맞나 이게 잘 가는 건가 생각이 들 때는 이 터널이 맞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네비를 봐야 한다. 입구에서도 봤지만 지금 내겐 이 길이 맞다는 정도의 확신은 필요하다. 기도하며 기다린다. 이 길이 맞다는 확신이 필요해서다.
지금 내가 달리는 이유는 철썩이며 파도치는 시원한 바다가 언젠가 내 눈앞에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
욥기 23장 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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