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침이 주는 여유>

50대가 쓰는 에세이 #10

by sogons

아침 커피를 준비하다가 우유 거품을 너무 과하게 냈다.

고운 거품을 의도했는데 성글고 큰 거품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컵에 담자니 큰 공기를 먹은 우유가 컵 옆으로 흘러넘친다.

혀로 쓱 닦아 먹으니 왠지 모를 미소가 내 입가에 번진다.

평소와 같은 양의 우유 사이를 채운 그저 공기일 뿐인데도, 우유 거품이 소복이 쌓인 컵을 보니 마음이 여유롭다.

시나몬 가루를 평소보다 많이 얹어 자리로 가져와 앉았다.


많이 가진 것처럼 느끼는 게 사람에게 주는 여유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게 그저 지천에 널린 공기일지언정, 인간에게 여유로운 마음을 선물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난, 거품으로 만들기 전의 우유의 양을 보는 눈으로 나와 누군가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난 나도 모르게 언젠가부터 지나치게 정색을 하고 삶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색하게 나를 바라보고 그 눈으로 인색하게 남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인색한 사람이 남을 여유롭게 관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런 시각으로는 감사하기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힘들다는 걸 깨닫는다.

50이 넘는 나이를 살아오면서 겪은, 부정적 경험들이 만든 부정적인 시각으로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실망한 나에게

오늘부터는 가지고 있는 한,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말로 칭찬해 주며 꾸며주려 한다.


우유가

카푸치노 위의 거품이 되기도 하고

딸기 케이크 위에 생크림이 되기도 하며

스타벅스에서 자바칩 프라푸치노의 꼭대기를 장식하는 크림 탑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알지만

아무도 우유에게 부풀려 과장된 모습으로 자신과 남을 속이려 했다고 하진 않는다.

그게 내 일부였고 이렇게 잘 이용하는 것도 지혜니까...


글을 적다 보니 내가 얼마나 갇힌 생각으로 나를 묶어 놓았는지 보이는 것 같다.

날 꾸며, 하나님이 주신 그대로의 원석으로서의 나뿐 아니라, 다듬고 깎여져 조금 빛나게 된 나를 자랑하는 것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일 거라 생각이 든다.



어제 비바람에 호되게 당한 기억이, 오늘을 시작하기도 전에 아직 오지도 않은 비바람을 두려워하게 하지만,

혹시 또 오늘 내가 마주할 날씨가 비바람이라 할지라도,

오늘 기대하는 맘으로 문을 열고 나가

혹시 올, 따스한 볕 위를 감도는 시원한 바람을 들여놓을 기회를 잃지는 말아야겠다.

불평하지 않는 소극적 믿음보다 감사하는 여유를 갖게 되길 기도한다.

그리고 오늘이 준 여유로 내일의 나를 여유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기를 기도한다.


#20260110 #두려움이한데나리온을땅에묻게했다 #하나님을기뻐하기 #나를가꾸기

#에세이 #50대 #카푸치노의우유거품이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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