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를 사려고 줄을 섰다>

50대가 쓰는 에세이 #11

by sogons

동네에 프랑스 빵집이 있다.

프랑스 남편과 베트남 부인이 만든 빵집이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주 3일만 문을 연다.

이곳에 살기 전, 여행으로 들러서 처음 이 빵집에서 바게트 하나를 사서 먹은 적이 있다.

빵집을 나서며 칼도 없이 손으로 잡아 뜯어 한 구탱이를 먹었었다.

바로 구운 빵이 이런 맛이구나...

호텔 앞 편의점에서 산 버터를 발라 먹으니 빵 하나로 뷔페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갓 지은 쌀밥에 참기름과 간장만 넣어 비벼 먹을 때 느끼는 쌀 자체의 구수함과 기름에서 나오는 고소함이 어우러진 맛과 비교하면 찰떡일 듯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 빵집 근처에 살게 되었다.

오늘 아침, 빵집 문 여는 시간을 맞춰 나갔다.

오늘을 놓치면 한주의 끝무렵에나 이 집 빵을 다시 먹을 수 있으니 귀찮아할 여유가 없었다.

문을 열지도 않은 가게 앞으로 늘어선 줄이 다음다음 가게에 까지 닿아 있었다.

다행히 덥지 않은 날씨에, 큰 나무 그늘이 있고, 아침 새소리에, 맛있는 것을 곧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움이었다.

정확히 9시...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줄 선 순서로 주문하고, 어떤 이는 집으로 빵을 가져가고, 어떤 이는 좁은 가게 마당에 앉아 커피 한잔과 함께 빵을 즐겼다.

별것 아닌 탄수화물 폭탄 식사지만 아침의 고요함 대신 북적임을 택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남편과 나도 잼과 버터를 곁들인 바게트와 커피를 시키고 앉았다.


외식을 하건, 집에서 식사를 하건,

핸드폰을 식사시간에도 놓지 못하는 남편의 눈에

옆에 앉은 작은 꼬마들의 모습이 보였는지,

손에 잡은 핸드폰 대신

볼이 통통한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며 연신 눈짓을 주고받는다.

사람은 어느 공간에 누구와 있는지가 너무 중요한 것 같았다.


예전 서양 시골 마을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적은 것을 가지고도 행복할 수 있었겠다 싶었다.

제대로 된 테이블도 없어서 땅바닥에 키 작은 대나무 스툴에 앉아, 혹은 나무에 기대어 놓은 폭이 좁은 벤치에 앉아, 햄도 야채도 없는 빵 한 조각을 버터에 발라 먹은 것뿐인데...

이야기 한 자락 나누지 않았는데,

내가 누군가와 함께 이 세상을 살고 있다는 느낌만으로 맘이 따스해졌다.

내가 너무 외로웠던 걸까...

하지만 다른 이들도 이런 작고 소박한 빵집에 마당이 좁도록 모여들어 앉은 이유가

그저 다른 곳 보다 맛있는 빵을 먹기 위함 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바게트 하나를 더 포장해 집으로 왔다.

아직은 따뜻하지만 내일은 같은 맛을 내기 힘들겠지...

내일은 나이 든 바게트에 햄과 야채로 속을 채워 먹으려 한다.

오늘은 순수했다면 내일은 화려한 맛을 낼 바게트가 기대된다.

앞으로의 내 인생처럼...



#노화는인간에게만있는건아니다 #20260111 #50대 #에세이 #주님제게도기회를은혜를알아보는눈을주소서

#노화가지혜와만날때새일은시작된다 #난내일은오늘보다여유로울거니까 #소곤소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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