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쓰는 에세이 #12
유튜브를 보는 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맘에 일어나는 복잡하고 아픈 생각들을 잠재우고 싶어서 시작된 유튜브 시청은 하루에 많게는 11시간에 육박하게 되었다.
잠을 자는지 깨어있는지 알지 못하는 밤의 시간들이 쌓여갔다.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야, 내 안에 끌어들이기 싫은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성경을 읽고 묵상을 하고 기도를 하는 시간에도 난 아프고 힘든 생각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알지 못할 불안함이 어떨 땐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이 되어도 떠나지 않았다.
오랜 기간 동안 지쳐, 이젠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문제가 이젠 발버둥 쳐도 깨뜨리고 나올 수 없는 것으로 느껴져서 무엇을 할 힘도 없을 정도이다.
현재가 미래를 만든다는 건 알지만 난 나는 일으킬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유도 보이고 들리지 않는다.
그저 열심히 살아온 나의 과거가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나, 모두 나에게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묻는다.
난 취미도 없고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매일 밖에 나가지도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운동을 하고 나면 집에 있는 남편의 아침을 차리고 성경을 읽고 다시 유튜브를 본다.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의 일을 생각하지 못한 나의 과오도 있지만 그리 좋지 못한 부부관계가 가져온 우울감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없어진 이유라면 이유일 것 같다.
모두들 내 나이 또래라면 그냥 꽃길만 걷지는 않았겠지만 난 너무 힘든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궁금하신 분들은 50대가 쓰는 에세이 #1 ~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나 자신 정신적 약골인 탓도 있고 어쩌면 의존적인 성격 때문인 것도 같다.
난 일을 싫어하는 성격은 아니다.
결혼 후에도 일을 하러 나간 적은 있었다.
그리고 나름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고 성과도 좋았다.
하지만 나이가 차서, 돈을 벌 목적으로 나의 일을 바라보고 일하는 건, 일이 주는 성취감이나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었던 것 같다.
남편은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도 화이트 컬러의 일을 고집하고, 집에서 놀더라도 다른 일들을 하진 않았지만, 난 하루 종일 서 있는 일이나 근무 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하루 종일 신경을 써야 하는 일들이라도 해야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난 일이 싫어졌다.
일하고 들어오면 술을 마시며 앉아 있는 남편을 매일 보는 건 정말 힘이 들었다.
돈이 없다고 하면서도 와인과 고기를 빼놓지 않았고 내가 힘이 들어 일을 그만두었을 때는 술은 사면서도 쌀은 사지 않는 남편이 너무 미웠다.
정말이지 도움도 안 되는 불평을 하고 싶지 않았다.
좋은 상상이라도 해서 나쁜 생각들을 지워버리려 일부러 크게 웃기도 했었다.
하지만 잠시라도 조용한 시간이 생기면 이런 일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잠을 자다가 새벽에 깨기라도 하는 날엔 동이 틀 때까지 이렇게 서운하고 아픈 기억을 상기해야 했다.
난 그저 유튜브 보는 시간을 줄이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시간을 밀어버리고 싶다.
거창한 계획도 없고 아직 내가 뭘 하고 뭘 일구어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난 아직도 어제는 다짐의 글을 쓰고 오늘은 그 다짐을 뒤집고
다시 불평하고 증오하는 글을 적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난 나에게 나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고 내 미래를 잠시라도 꿈꿔 보라고 이야기한다.
나 자신에 대한 글을 쓰면서 무엇이라도 해 보고 싶은 의지가 생기길 바라고 있다.
누르고 눌러도 엎치락뒤치락 나의 생각들이 물밀듯 올라오고 다시 꺼졌다가 쓸려가고 또 가라앉았던 나의 과거의 역사가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내가 나를 바라보게 될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 시간이 하나님을 구하고 기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
요즘 뭘 하며 사느냐는 질문에, 유튜브로 하루를 보낸다는, 나에게 조차 창피한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는 것만 해도 좋겠다.
그리고 뭘 할 거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대신 '생각해보고 있다' 정도의 대답만 할 수 있어도 좋겠다.
고민의 기록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역사가 쌓이게 되면 좋겠다.
난 이제 맘이 답답할 때 유튜브를 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글을 적고 다른 이들의 글을 읽기로 했다.
기도해 놓고도 내려놓지 못해 맘이 답답하고 초조한 순간에도 적막함이 싫어 유튜브를 켜 놓고 잠이 들지 않을 것이다.
날 이끌어 갈 글을 적고 내 맘에게 이야기를 건넬 것이다.
공허하다면 글로 적어보라고...
유튜브로 피해 다니지 말라고...
너 어떻게 살고 싶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내 마음을 글로 기록하는 일이다.
작은 일이지만 무엇이든 시작해 낸 것이 잘했다 싶다.
시작하면 일단 가기 시작하면 보이는 길도 분명 있을 테니까...
#내가할수있는게뭘까 #그게그냥한걸음을걷는일일지라도 #시작하면보이는길도있을테니까
#용기가없으면그냥할수있는만큼만해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