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립송악도서관"어른이 쓰는 어른동화"사전특강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마음속에 어린 시절의 자신을 품고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아직 자라지 않은 한 명의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기억,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던 시간, 작은 일에도 마음이 설레던 순간들은 세월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동화는 어린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시간을 지나온 어른도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다. 동화를 쓴다는 일은 마음속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다시 불러내어 삶의 기억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과정이다.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 충남 당진시립송악도서관 평생교육실에서는 '어른이 쓰는 어른동화' 프로그램의 사전 특강이 열렸다. 이날 특강은 이경희 작가의 '예순의 시간 속, 열두 살 나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며 지역 시민들에게 따뜻한 글쓰기의 길을 안내했다. 이번 특강은 만 45세 이상 당진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어른이 쓰는 어른 동화'(15회 과정)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라, 삶의 시간을 지나온 어른이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가는 동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강연자는 동화가 어린이만을 위한 문학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와 어른을 위한 동화는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인 기승전결의 서사는 비슷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어와 표현의 폭, 사유의 깊이는 훨씬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어른 동화는 분량의 제한이 없습니다. 굳이 장르로 나눈다면 단편소설에 가까운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시대의 풍경, 추억, 지금과 달라진 가치관이 좋은 소재가 됩니다."
강연에서는 실제 글쓰기 과정도 소개됐다.▲글감 찾기▲이야기 구성▲대략적인 줄거리와 제목 정하기▲초고 작성▲합평과 수정▲ 완성 및 탈고로 이어지는 단계다. 글쓰기의 길이 멀어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이 작가의 강연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강에 참여한 시민들은 대부분 40대 초반에서 중장년층이었지만, 강연이 이어지는 동안만큼은 누구나 마음속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글을 쓴다는 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만나는 일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열두 살의 자신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라는 강사의 말이 이어지자, 강의실에 모인 수강생들의 눈빛은 어느새 반짝였다. 오래 품어온 이야기를 이제는 꺼내어 써 보겠다는 다짐처럼, 그들의 표정에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열정이 어려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지역 도서관이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시민의 삶을 기록하는 '생활 문학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날 강연을 맡은 이경희 작가는 20년 넘게 글을 써 온 작가이지만 "강의를 하는 건 오랜만이라 쑥스럽다"며 예순의 시간을 품은 소녀처럼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참가자들의 질문에 차분히 답하던 그녀는 글쓰기의 문턱이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끝까지 써 보겠다는 마음, 그리고 내가 쓴 글을 세상에 내보내겠다는 작은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동화작가가 될 수 있다."며 오랜 시간 글을 써 온 작가로서의 경험과 응원이 담겨 있었다.
프로그램을 담당한 당진시립송악도서관 김도희 주무관은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것에 놀라움을 전했다. 김 주무관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 특강에는 3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지만, 이 가운데 15명을 선정해 한 해 동안 글을 쓰고 투고하는 과정까지 함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자의 삶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가 한 편의 동화로 완성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