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배 한 박스

타인의 만족에서 오는 나의 만족의 크기란

by 스텔라정

한인마트에서 하동배 한 박스를 47불을 주고 샀다.


마음으로는 100불어치를 사서 박스 사이사이에 꽉 꽉 채워 넣어 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100불어치 마음으로 전달한 47불어치 배 상자로, 오늘 나는 몹시 기분이 좋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달했을 때, 나는 내가 전한 그 마음의 표시가 진심보다 작게 보일까 발을 동동 구르며 긴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좋아하는 미소를 보고 나서야, 한참 동안 그 미소를 보고 마음에 꾹꾹 새기고 나서야, 마음이 놓이는 편이다. 그러고는 누군가에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주었다(보다는 '받았다'가 맞겠다)는 사실에 그 하루만큼은 꽤 오랫동안 그에 도취되어 아주 즐거이 지내곤 한다.


예전부터 나는 내가 즐겁다는 기분이 들 때, 도대체 이 즐겁고 만족스러운 순간의 출처와 근원을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어디로부터 나의 만족이 오는지,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 더 정확히 알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오직 나만 아는 사실이다. 가끔은 나 스스로 그 근원을 숨기거나 다른 것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이 또한 오직 나만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의 이 만족과 흥분의 이유를 나는 정확히 안다. 나는 내가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쳤기 때문에 이렇게 만족스러운 것이다.


47불 이상의 선하고 사려 깊은 사람의 껍데기가 나에게 입혀졌고, 이로 인해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정말 더 좋은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도취되어 이 가벼운 존재를 이렇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아, 스스로 생각해도 이 만족감이란 정말이지 가볍다.


그러나 이 가벼움이 밤이 되면 그 무게를 알 수 없음에 또 한없는 무거움으로 다가온다. 내일이면 또 사라질 이 깃털 같은 나의 가벼운 만족의 무게는, 감정만큼이나 쉴 새 없이 바뀌고 또 나를 이렇게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이다.


오늘의 결론은, 그래서 나만큼 이기적인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가장 겸손해 보이고 쿨해보이는 미소 뒤에 숨은 이 이기적인 내 만족 중심의 얼굴을 그들은 알까.


남의 눈에 보이는 나의 모습이 무조건 내가 원하는 바로 '그 모습'이 되어야만 한다고 아우성치는 이 이기적인 속마음을 그들은 알려나.


그나저나, 내일은 우리 가족이 먹을 배 사러 가야지! 가장 비싼 47불짜리 하동배, 한 번도 사 본 적 없는 한 박스로.


자주 보지도 않는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치면 뭐가 더 나아지는가. 매일 부딪히며 호흡하는 나의 식솔들에게 더 좋은 사람으로 먼저 보어야지. 그것에서 진짜 중량의 만족과 보람을 느껴야지.


정말 그렇지 않은가?


2022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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