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지 않는, 영혼 있는 노동생활

매일의 균형의 점검

by 스텔라정

잠시 앉아 글을 쓰며 현재 나의 모습을 점검한다.


나는 매주 독서교실 튜터로서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담은 작품을 만들고, 한글학교 교사로서 아이들의 쓴 글을 다듬고 나눌 글감과 수업을 준비하며, 주일학교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전할 주일설교를 준비하며 고군분투 말씀을 공부하고, 그 와중에 나로서 살아남기 위해 춤을 배우고, 운동을 하며, 한 페이지라도 꾸역꾸역 글을 읽고 또 쓰고 있다.


매일의 집안일과 바쁜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는 일은 이제 해야 하는 일이라기보다는 몸이 자동으로 늘 하고 있는 일이라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 물론 그렇다고 전혀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늘 큰 문제없이 즐겁게 잘해왔기에, 또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기에 열심히 나를 굴리고 돌려가며 애쓰며 가고 있지만, 역시나 이따금씩 가장 힘에 부치는 것은 언제나 과정 속 '균형'이다.


가족과 일의 균형, 가정과 사역의 균형, 그리고 나의 '진짜 요구'와 주어진 역할의 균형이며 또한 나의 시간과 에너지의 균형이기도 하다.


어떤 날은 깃털처럼 가볍게 훨훨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고, 주어진 달란트와 역량이 넉넉하여 쉽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종종 꾸역꾸역 삼키느라 소화가 안돼서 뒤탈도 자주 난다고 나는 늘 말하고 싶었다.


'당신보다 내가 더 힘들어요', 혹은 '당신만큼 나도 힘들어요'가 아니라, 그저 나도 주말에는 늦잠도 자고 가끔은 내가 생각하는 조금 더 '평범한' 사람처럼 편히 내 욕심대로 쉬며 놀고 싶다며 나는 그렇게 늘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



"쫓기는 듯 이루어지는 우리의 노동 생활이
완전히 영혼 없는 것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그 거대 메커니즘에 인간적이고 유기적인
척도와 가치를 제시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 모든 예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일 것입니다."
<헤세의 예술> 중에서


나에게 이것은 책에서 말하는 예술보다 어쩌면 더 단순하지만 고차원적이다.


쫓기는 듯 이루어지는 나의 노동 생활이자 일상생활이 완전히 영혼 없는 것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은 결국 나에게는 균형의 일이다. 그리고 그 균형을 점검하기 세우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이렇게 꾸역꾸역 틈 사이에 비집고 앉아 글로 생각을 정리한다.


현재 나의 삶의 동력이자 곧 책에서 헤세가 말하는 그 예술은, 나의 흘러가는 일상을 멈춰 세우는 책 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매 순간에 영혼을 불어넣는 나의 신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가지로 나는 오늘처럼 멈춰 서서 나의 순간들을 점검하며 그 균형을 바로 세우곤 한다.


매일의 균형을 바로 세우는 일은 마치 머리와 마음을 다시금 한 자리에 머물도록 하는 것과 같다. 머리로는 무엇인지 알지만 마음이 그렇게 살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오늘처럼 몸이 지치는 날에는 머리보다는 마음만을 따르고 싶으니 이 균형을 지키는 일은 너무나 어렵기만 하다.


그러니 지금은 '꾸역꾸역'의 힘을 믿으며,


당장의 눈앞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쌓여가고 있을 더 값진 무언가를 기대하고 상상하며, 오늘도 균형을 다시 잡으며 일상을 살아간다.


2024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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