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일지라도 현답이 되길 바라며
아이들을 아침에 드롭하고 또 오후에 픽업을 하면서 하루 중 혼자 운전을 하는 시간이 꽤 길다. 그러면서 새로 생긴 습관이 있다.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그리고 답하기.
언젠가 누군가 이 질문을 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해야지,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죽을 때까지 그 질문을 받을 일은 없을 가능성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의 속사람을 가장 정확하고 명쾌하게 표현하기 위한 답을 열심히 생각하며 찾는다.
질문은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당신의 인생영화는 무엇입니까? 그 이유는?',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추천하고 싶은 책은? 그 이유는?',
'가장 좋아하는 일은? 가장 힘들어하는 일은?',
'이러이러한 상황일 때 당신의 반응은 어떠한가? 그 이유는?' 등등이다.
질문을 하며 생각한다. '내가 영화잡지를 너무 많이 봤구나.' 마치 배우의 인터뷰 기사에 나올 법한 질문들을 떠올리며 그에 대한 답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찬찬히 답을 하며 동시에 생각한다. 거름망이 없는 혼잣말이기에 지금 내가 생각하고 답하는 이야기들이야말로 진짜 내 이야기들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는 다듬어진 답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보였으면 하는 특별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답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말이든 글이든 생각이든, 그 어떤 형태로도 단 한 번도 끄집어내지 않았던 나의 날것의 이야기들이다.
질문에 답을 이야기하며 문득 '아, 이거였구나.'라고 깨닫는 순간들이 있다. 나 자신을 새로운 언어로 재정립해가고 재정의해가며, 나를 더 알아가는 기분은 정말이지 엄청나다. 늘 나의 것이라 여겼던 느낌과 생각을 언어화했을 때 드러나는 그들의 실체는 숨겨져 있을 때와는 완전히 낯설고 다른 것으로 인식된다. '나는 그만큼 나를 잘 몰랐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들면서 말이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결국 나에 대한 모든 답을 하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시간은 곧 나를 발견해 가고 나만의 답을 해나가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래서 매일 나는 답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나의 말과 행동, 그리고 사소한 선택까지, 모두 답을 내고 또 더 큰 답을 찾는 과정이 맞다. 이 거대한 삶으로, 그리고 이제는 이 짧디 짧은 글들로, 답을 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의 매 순간의 답이 진실되었으면 좋겠다. 답변을 하는 나의 모든 과정이 성실했으면 좋겠다. 그 누구의 답과 비슷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기에 그럴듯한 답이 아니라, 가장 나다움을 표현해 내고 살아가는 그런 답이기를 바라고 바란다.
2024년 5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