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지분

나의 뿌리를 다독이며

by 스텔라정

어릴 적 나는 바다를 보면 늘 계산 없이 뛰어들고 산을 보면 무작정 달려 올라가곤 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옆에는 나보다 더 즐기고 있는 아빠가 있었다. ‘놀아주는’ 아빠가 아닌 늘 같이 놀이를 만들며 함께 ‘노는’ 아빠였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아이들 옆에서 그때의 아빠의 얼굴을 본다.


아이를 낳은 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내 부모에게서 받은 안 좋은 부분을 내 아이에게는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부모의 닮기 싫은 부정적인 모습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나의 경우, 어떤 때는 이것이 정말 어마무시한 강박이 되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부모에게서 받은 가장 소중한 한 두 가지를 하나씩 기억해 보라는 내용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새롭게 생각이 들었다.


나의 자신 있는 부분들 중 참 많은 부분은 본래 아빠의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땀을 흘리며 제대로 노는 법, 자연에 완전히 흡수되어 노는 법, 유머러스한 말과 경직되지 않은 몸으로 노는 법,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노는 법 등 모두 아빠로부터 온 것이었다. 어떤 순간에도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나만의 강점이 사실은 모두 아빠로부터 온 것이었다.


그리고 가리워져 있던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미쳐 알아차리지 못했던 지난 아빠의 표정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 아빠도 그랬었겠구나. 아빠도 어린 나와 노는 것이 정말 즐거웠겠구나. 어린 나만큼이나 신나고 행복했겠구나. 그러나 사춘기를 지나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머리가 커졌을 때는 더 이상 어떻게 함께 놀아야 할지 몰라 딸의 방문 앞에서 한동안 머뭇거리는 순간들도 있었겠구나. 아, 아빠가 그랬었겠구나.


멀리 딸네 집에 놀러 왔다가 손주한테 감기를 옮아 힘겹게 비행기에 올라탄 아빠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인가. 그동안 내 안에서 아빠를 향하던 악령이 천사로 변해 나를 위로한다. 나의 뿌리를 다독인다. 너는 충분히 굳건하다며 다독인다.


내 뿌리를 흔드는 건 그 누구도 아닌, 결국 나 자신이었다.


자랑스러운 나의 아빠, 언제나 미안하고 감사해요.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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