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가는 여정 4
저는 요즘 '더욱 나다운 것'을 찾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남을 신경 쓸 틈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내 안으로 들어갈수록 저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정말 브랜드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걸까?'라는 질문에는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 뿐 아니라 브랜드가 성공해야 좋지.'라는 대답이 포함되었습니다. 브랜드의 성공은 곧 나의 성공이고, 나는 성공하고 싶은 거구나,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공은 남들이 인정해 주는 일이지 않습니까. 어떤 그룹에서 어떤 기준이 성공인지는 각자 다르겠죠. 중요한건 나다운 것을 찾는 과정에 수많은 남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꾸준히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런 생각 중에 이미지코칭으로 유명한 김경호 교수님의 블로그를 보았습니다. '페르소나와 이미지 메이킹: 심리학적 관점과 표현의 미학'이라는 주제였죠. 여기서 칼 융의 이론을 다시 보았습니다. 의식하는 자아(Ego)와 알 수 없는 자아인 자기(Self)로 나눠진 그림. 페르소나는 '의식하는 자아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자아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아마 여러 페르소나가 존재할 것입니다.
페르소나란 가면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개인이 사회적 요구와 역할에 대한 반응을 밖으로 표출하는 공적 얼굴이라 합니다. 실제 성격과는 다르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한 개인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이죠. 영화 등에서는 감독이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배우'를 뜻하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을 찾아 가는 일은 점점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부캐가 유행한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릅니다. 자신의 페르소나를 부캐로 표현했지만, 부캐가 본캐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여러 페르소나들과 나의 가치관을 모으면 '나다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저자 야기 짐페이는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른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이나 보는 무기력한 나날들을 겪은 후 '자기이해'라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전파하는 사람입니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제목이 곧 나의 고민이었기 때문에 집었지만, 사회초년생이나 취준생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에 구입하기가 망설여졌습니다. 그러나 편집이 너무 잘 돼 있어 편집 구경만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구입했는데요.
책을 따라 가다 보니 계속 저에게 질문을 하게 되고, 대답을 하게 되었으며, 지난 삶을 돌아 보고, 나의 지금을 멈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쉽게 읽혀 그냥 쭉 읽어 내려갈 수도 있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노트를 한 권 채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나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이런 과정을 얼마만에 해보는 건지, 아니 해본 적은 있는지 묘하고 벅찬 기분이 들었습니다.
"책도 읽으며 자기 분석을 했지만, 도대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하나같이 '머릿속이 복잡하다'라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마치 제 얘기 같았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고, 많은 힌트를 손에 넣었지만 어떻게 조합해야 할 지 모르는 것입니다. 저자는 퍼즐 조각은 갖고 있지만, 그걸 맞추는 법을 몰라 큰 그림을 완성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표현을 했더군요.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돈을 벌고 싶다, 세상에서 빈곤을 없애고 싶다, 사업을 하고 싶다,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살고 싶다, 인기 유튜버가 되고 싶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등은 여기서 말하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과 비슷한 다른 말입니다. 이 막연한 말들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것이 자기이해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자기이해 방식은 무엇일까요?
1. 좋아하는 것
2. 잘하는 것
3. 소중한 것
질문들이 너무 뻔한가요? 하지만 저는 선뜻 대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이 뻔한 질문들의 답을 찾는 과정에 두 가지 공식이 있다고 합니다.
공식 1) 좋아하는 것(열정) X 잘하는 것(재능) = 하고 싶은 일
공식 2) 좋아하는 것(열정) X 잘하는 것(재능) X 소중한 것(가치관) = 진짜로 하고 싶은 일
공식에 의하면 좋아하는 것(열정)은 다음과 같이 열정이 있는 분야입니다.
- 흥미가 있고 더 많이 알고 싶다.
- 조금만 접해도 재미있어서 '이게 정말 직업이어도 되나?'라고 느낀다.
- 왜? 어떻게 하면? 같은 질문이 생겨난다.
잘하는 것(재능)은 '자연스럽게 남들보다 잘할 수 있고, 해도 힘들지 않고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이것의 정의가 저에게는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알고 보니 누구나 100% 가지고 있지만 잘 모르는 것이 바로 자신의 재능이라고 하네요. 저도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이 있나?', '나에게도 재능이 있을까?'하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다른 사람과 경쟁하기, 공부하기, 정보 모으기, 깊이 생각하기, 분석하기 등이 재능에 속할 수 있습니다. 특별하고 특출난 기술이나 전문 분야를 생각했는데 이런 것들이 재능이라면 저에게도 몇 개 있는 것 같아 조금의 위로가 되네요. 잘하는 것의 특징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정리해 봅니다.
- 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 굳이 애쓰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다.
- 스트레스가 적어서 몰두하기 쉽다.
- 그것을 할 때 나 자신이라는 느낌이 있다.
- 직업이 아니어도 평소에 자연스럽게 한다.
- 다른 사람을 보며 "이걸 왜 못하지?"라고 생각한다.
잘하는 것과 스킬, 지식이 혼동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리스크를 내다볼 수 있다.', '타인의 기분을 잘 파악한다.', '하나를 끝까지 파고들 수 있다.' 등은 잘하는 것에 속합니다. 그러나 '영어를 잘한다.',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 '웹 마케팅 지식이 있다.'는 스킬이나 지식에 속합니다. 잘하는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고, 스킬이나 지식은 나중에 익힐 수 있는 것이 큰 차이입니다.
흥미로웠던 키워드는 '소중한 것(가치관)'이었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늘 브랜드 가치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저의 가치관은 뭘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더군요. 저는 '성공은 선한 목표를 이루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하고, 나의 목표는 선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 캐치프라이즈로 '건강하고 이로운 생활'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내용이 담긴 함축적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에는 몸과 마음의 건강은 물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모두 담겨 있고, 이롭다는 것은 다른 사람, 환경, 동물, 사회를 배려하고 좋은 것이 더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가치관으로 이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소망을 담았습니다. 예를 들면 바디버든을 줄이거나 아예 없는 화장품을 만든다거나 하는 것 등입니다.
아무튼 가치관을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중한 것? 나에게 소중한 것이 뭐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가치관을 행동이 아니라 상태를 뜻한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것x잘하는 것=Doing이라면 가치관은 Being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야 비로소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을 공부해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하고 싶은 일이 됩니다. 여기에 '자유롭게 살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며 살고 싶다.', '평온하게 살고 싶다.' 등 가치관이 더해지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되는 것입니다.
- 좋아하는 것 X 잘하는 것 = 무엇을 하고 싶은가
- 소중한 것 = 어떻게 살고 싶은가
그런데 주의깊게 들여다 볼 부분이 있습니다. 혹시 남의 가치관이 나의 가치관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가치관에는 정답이 없고, 남이 공감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면 어엿한 나의 가치관입니다. 부모와 사회로부터 은연 중에 가치관이 주입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대로 인생을 살고 있는건 아닌지 나에게 다시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싶은 인생의 목적은?'
이 질문의 답이야말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향으로 나를 이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하고 싶다'라고 답한다면 진짜 나의 가치관일테지만, '~해야 한다'라고 답한다면 가짜 가치관일 확률이 높습니다. '진짜 가치관을 찾아 내는 5가지 단계'는,
1. 질문(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싶은 인생의 목적은?)에 대답하며 가치관 키워드를 리스트로 만든다.
2. 가치관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한다.
3. 타인 축의 가치관을 자신 축으로 전환한다.
4. 가치관 순위를 만든다.
5. 일의 목적을 정한다.
또 뻔한 과정인 듯 보이나 막상 해보려니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릭기도 했고요. 하지만 하고 나니 '아, 내가 이렇게 살고 싶구나.', '내가 원하는 삶이 이런거구나.'가 한눈에 보였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쉬운 가이드, 하나하나 잘 생각해 볼 수 있게끔 한 '한눈에 보이는 편집'인 듯 합니다. 나의 생각을 정리할 때 가장 시각화 할 수 있는 툴이 '마인드맵'이잖아요. 저는 마인드맵을 업무용이나 개인용으로 아주 잘 사용하고 있는데, 이미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것들에서 나를 찾아 가는 여정을 하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저는 MindMeister라는 툴을 사용하는데 마인드맵 중에서는 쉽고 기능도 좋습니다. 나중에 제가 사용하는 툴도 자세히 다뤄 보겠습니다.)
가치관을 찾는 쉬운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 혹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나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사람입니다. 여럿이라면 각자 어떤 부분을 존경하는지 찾아 보고 합하면 그것이 진짜 나의 가치관일 확률이 높습니다.
This blog's insight from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야기 짐페이, 2022)
@bysummer
삶은 어쩌면 질문과 답을 계속 반복하는 여정
이러다 보면 구름이 비가 되겠지.
(구독과 댓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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