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가는 여정 3
나처럼 애매한 사람이 있을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전 알던 분을 만났는데 100만 유튜버로 성장해 있는 걸 보고 말이죠. 나는 그동안 뭐 했나 싶었습니다. 치열하게 산 것 같은데...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나의 현 위치가 애매하게 다가왔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김미경 선생님 왈, 40대가 되면 인생의 성적표를 받는다고 하네요. 30대까지는 애 키우고 돈 버느라 정신없다가 40대가 되면 집이 있는지 없는지, 어느 동네 사는지, 직장에서 어느 위치인지, 사업은 성공했는지 말이죠. 어느 정도 공감했습니다. 또래들과 같은 선상에 있다가 어느덧 저 앞에 먼저 가 있는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하지만 한편으로 사람의 속도는 모두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빠른 사람이 있으면 느린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요.
남과 비교하면 불행하다고 합니다. 아마 많이 공감하실 텐데요. 특히 SNS 때문에 더 그렇잖아요. 비교가 극대화된 세상. 피드를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는 짧은 그 순간은 휙 지나가지만, 다들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여운처럼 남죠.
"저는 남들과 비교 안하는데요?"
이 세상은 내가 중심이니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나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같아요. 남들과 비교하는 것, 어떤 것들에 대한 욕망-물건이든, 사람이든, 일이든-이 내가 지금 갖지 못한 것에 대해 포커스가 맞춰져요. 저 역시 자연스레 그런 경험들이 있습니다. 특히 남과 비교하는 일은 불행을 자초하죠.
사회심리학 및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상당히 연구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상대적 비교로 인해 지금의 상황이 불만족스럽고 자신의 삶을 평가하면서 자신의 성과가 다른 사람에 비해 낮다고 느끼면서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인 성공에 대한 기대, 경쟁해야 하는 구도, SNS를 사용해야 하는 사회 등은 개인에게 압력을 가하니 '비교 스트레스'는 100% 혼자 만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관적인 감정이기도 하니 남과 비교하는 불행만큼은 벗어날 수 있습니다.
비교 불행은 100% 혼자 만든 것이 아니지만,
100%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남과 비교해서 불행하다고 느낀 일들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물론 지금은 가진 것에 더 감사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지만, 혼자만의 불행 배틀, 이 과정은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TMI 방출하네요.
1. 40대인데 아직 미혼입니다. 산책하다 보면 4인 혹은 3인 가족과 마주치는데요. 토끼 같은 아이들과 다정한 부부,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이 정도 부러움은 애교죠. 주변 가까운 사람들이 "왜 아직 결혼을 안 했어? 안 한 거야, 못한 거야?"라고 물을 때가 있습니다. 화제가 이쪽으로 빠지면 솔직히 기분이 더러워집니다. 물론 지금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도 드물고(이유가 다양한 것 같습니다. 싱글, 비혼에 대한 문화적 포용이 커졌고,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솔로지옥이 아니라 커플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수도 있죠.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솔로천국 아니야? 왜 솔로지옥이라고 지었지?"), 기분이 더러워지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결혼 절대 하지 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죠. 그럼 모두가 웃습니다. 하지만 여자 나이 40대에 들어섰는데 결혼을 못 한 것에 대한 움츠러드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2. 아직 월세에 삽니다. 40대 친구들은 다 집이 있더군요. 자가 말이죠. "은행 대출이 반이야."하는데, 그래도 '반은 네꺼구나.' 하는 부러움 말이죠. 8억에 분양한 집이 16억이 되고, 7억에 분양한 집이 20억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심지어 분양할 때 모델하우스 구경을 가기도 했던 저였죠. 8억이 없으니 구경만 했지 뭐에요. 8억이 전부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 줄 알았거든요. 무지와 무관심적 포기가 만든 총체적 난국이었죠. 그 모든 기회를 놓친 나에게 어느 날 친구가 그러더군요. "오래전 신랑이 해 놓은 건데 이번에 들어가. 조합이 오래 걸렸지 뭐야." 그런 거 해 줄 신랑도 없는데 무려 한강뷰 동네라네요.
3. 세 번째 그렇다면 일에서는 성공했을까요? 이것도 아닙니다. 잡지기자로서 이름을 알리지도 못했고, 편집장까지 했지만 경력 한 줄이 다니까요. 더구나 제가 만들었던(참여했던) 잡지들이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역사 속으로. 전설 속으로. 그때도 싸이월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생겼죠. 블로그도 물론 있었습니다. 당연히 유튜브도 2014년에 가입했더군요. 이것들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개인 브랜딩이나 콘텐츠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나는 또 수많은 기회를 놓친 걸까요?
사실 혼자만의 불행 배틀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수없이 많죠. '나는 늙고 있는데, 저 연예인 나랑 동갑아니야? 왜케 늙지도 않아.' 외모부터, 아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등감과 자괴감이 서려 있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그 수많은 불행을 직접 만들면서 나는 참 '애매한 인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죠. 잘하는 것도, 이뤄논 것도,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그저 그런 사람으로 살고 있는건 아닌지 두려웠습니다.
지금 누군가에 비해 불행하다고 느끼시나요?
prompt: A person with a sad expression who becomes unhappy when compared to someone else, with emotions represented as a monster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진 것에 감사하기와 운동하기입니다.
감정은 주관적이고 각자 만가지의 다른 생각과 느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많은 작가들이 이 감정을 표현하려고 시도했고, 뇌과학자들은 감정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보편적인 감정들을 잘 알고 있죠. 기쁨, 슬픔, 공포, 분노, 놀람 등입니다.
불행하다는 감정은 뭘까요?
매우 복합적인 감정일 수 있습니다. 불안감, 죄책감, 질투심, 부러움, 그리움, 배고픔, 스트레스, 걱정, 고민, 절망감, 패배감, 배신감, 열등감, 무력감, 증오, 실망감, 수치심, 외로움, 압박감, 피로감, 불쾌감 등등 생각나는대로 열거했는데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표현이 이렇게 많다니 쓰면서도 놀랍네요.
어쨌든 하나의 감정이 아닌 여러 개의 부정적인 감정이 뒤섞여 '불행하다'고 느끼는 거대한 감정괴물이 바로 불행입니다.
저는 두 가지 상황에서 불행이 찾아온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위에서 말한 혼자만의 불행 배틀처럼 내가 만든 생각과 감정 때문에 불행해지는 상황과 내가 어쩌지 못하는 외부 상황에 의한 것입니다. 외부 상황이란 어릴 적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것이나,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거나, 동업한 친구의 배신으로 큰 손해를 본다거나 하는 등의 사건사고가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불행에서 벗어난 경험도 다 있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꼭 불행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냥 슬픔, 아픔 정도로 표현해도 무난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면 쉽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저는 행복하지 않은 여러 감정에서 벗어나는 저만의 방법을 가진 것에 감사하기와 운동하기에서 찾았습니다.
감사와 운동 뻔한 얘기입니다.
그 뻔한 걸 하기가 참 힘듭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 억지로 해봤더니 진짜 마법처럼 좋아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만의 방법이라면 그냥 모든 것에 감사하기보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것이 훨씬 마음을 풍요롭게 해 주었습니다. 갖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에 집중하면 내가 갖고 있는 것이 그렇게 많을 수 없습니다. 남과 비교하는 일도 저보다 못 가진 사람을 생각하게 되니 불행할 수가 없습니다.
가진 것을 자꾸 까먹을 때가 있습니다. 감정은 계속 파도처럼 움직이니까요.
그래서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냥 쭉 적어 보는거에요. 그러다 보면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게 됩니다. 당연히 감사하게 되고요.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리스트를 만들어 보세요!
운동은 큰 스트레스와 코로나가 겹쳐 면역력은 바닥이고, 컵 하나도 들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약해져 시작하게 됐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운동이라기보다 '움직이기'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저의 아픔은 큰 스트레스가 원인이었고,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습니다. 심한 우울증 상태였죠. 무기력하고, 계속 어딘가 아프고, 눈물만 났습니다. 만성 요통은 더욱 심해졌고, 앉아서 일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게 귀찮고 하기 싫고 배가 고프지도 않았습니다. 스물아홉에 심한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감정들이 나를 지배했습니다. 한번 겪어봐서 다시는 그런 지옥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때보다는 비교적 빨리 벗어날 수 있었는데요.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움직이기'였습니다.
그 공은 우리 강아지에게 돌려야겠네요. 꼭 야외 배변을 하는 강아지라 아침 산책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컵 하나도 들지 못하는 체력에 11킬로 강아지와 한파 속 겨울 아침 산책을 해야 한다는 건 여간 보통 일이 아닙니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걸려 마스크를 이중으로 쓰고 손 소독과 장갑 등 한번 나가려면 챙길 것이 많았습니다. 안할 수도 있었겠죠. 그럼 참다 참다 실내에서 배변을 했을 겁니다. 그럼 배변패드만 치우면 됐을 겁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현실이라는 생각에 우울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에 눈물부터 나는 아침이었죠. 일어나지도 않고 누워서 훌쩍거리면 강아지가 어느새 옆으로 와 앞발로 제 얼굴을 만집니다. 그럼 훌쩍거릴 수가 없었죠. 산책하러 말까 잠깐 고민하기도 합니다. 너무 귀찮고 옷을 껴입고 얘를 챙기고 할 힘이 없었습니다. 이럴 때는 강제로, 억지로 하는 겁니다. 그리고 자식 같은 강아지의 상쾌한 아침을 위한다면 할 힘이 조금 생기죠. 그 생각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다른 귀찮은 것들은 모두 삭제하고 오로지 귀여운 내 새끼가 신나 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그 생각만 하는 것이죠.
덕분에 짧지만 아침 산책을 하고, 강아지 발을 닦이고, 밥을 챙겨 줍니다. 주방에서 하는 김에 저도 뭔가 챙겨 먹습니다. 설거지도 합니다. 털이 날려 청소기도 돌립니다. 평소처럼 일주일에 한 번은 목욕도 시켰습니다. 내 옆에 늘 있어 주는 유일한 존재,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보고만 있어도 잠시 모든 걸 잊을 수 있는 존재, 내 눈물을 닦아 주는 유일한 존재인 강아지 덕분에 하루가 '계속 움직이기'로 하루가 채워졌습니다.
움직이기를 할 때는 강제로, 억지로!
움직여야 하는 이유에만 집중하기!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어쨌든 움직이기로 시작한 감정 변화는 심하게 코로나를 앓고 난 후 도수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통증이 점차 사라지니 우울감도 조금씩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실제 우울증 치료에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입니다. 많은 뇌과학자와 정신과의사들이 밝혀냈죠.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스물 아홉의 우울증도 등산과 PT로 이겨냈으니까요. 이번에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도수 치료 받을 때 배웠던 동작들을 아침에 일어나면 해 보았습니다. 화장대 의자에 발을 올려 놓고 햄스트링을 늘리는 동작이었습니다. 아주 쉽고 간단했죠. 그렇게 시작해 점점 다른 동작들을 추가해 아침 스트레칭만 30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헬스와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면서 언제 우울증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게 좋아졌습니다.
내가 만든 부정적인 수많은 감정과 통증이
마법처럼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 그게 바로 운동입니다!
비교 불행은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했는데, 내가 만든 부정적인 수많은 감정과 통증이 마법처럼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운동입니다. 작은 움직이기에서 어떻게 헬스와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는 것으로 넘어갔는지는 다음에 자세히 공유해 볼께요. 그때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생각보다 아주 쉽습니다. 아주 작은 습관들을 레이어처럼 쌓는 거에요. 크로와상 혹은 데니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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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summer
삶은 어쩌면 질문과 답을 계속 반복하는 여정
이러다 보면 구름이 비가 되겠지.
(구독과 댓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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