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분할하는 경영전략, 스핀오프란?
조금 오래된 얘기이지만,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분리했던 것 기억나시나요? 최근 많은 기업들이 M&A를 추진하며 덩치를 키워가고 있지만, 오히려 사업부를 분리하는 회사들도 있는데요. 오늘은 기업 분할을 뜻하는 스핀오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핀오프는 일반적으로 기업 분사를 뜻합니다. 모기업의 어떤 사업부가 따로 떨어져 나와 독립적인 하나의 회사가 되는 것이죠. 많은 기사에서 스핀오프를 기업 분할과 동의어처럼 사용하지만, 사실 엄밀히 얘기하면 스핀오프는 "인적 분할"을 의미합니다. 더해서, 미디어 업계에서 스핀오프는 원작에서 파생되어 나온 후속작을 의미하기도 하죠.
스핀오프가 엄밀히 의미하는 인적 분할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인적 분할은 회사를 분할할 때 모회사의 기존 주주가 신설 자회사의 지분을 가져가는 방식의 기업 분할입니다. 만약 제가 A 기업의 1% 지분을 가진 주주라면, A에서 인적 분할된 회사 B의 지분 역시 1%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반대로 물적 분할을 의미하는 스플릿오프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를 전부 가지는 방식입니다. LG화학이 물적분할을 진행해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샀던 것을 참고하시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정리하자면, 비즈니스에서 스핀오프는 넓은 의미에서 기업 분할을 의미하지만 엄밀히는 인적 분할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이후 나오는 스핀오프는 넓은 의미에서 기업 분할을 의미한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기업들은 왜 사업부를 분할할까요? 기업 분할을 했을 때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겠죠. 첫 번째로 스핀오프를 통해 부진하는 사업부를 따로 떼어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잘 안 되는 사업부를 아예 독립시키면, 모기업의 평판을 갉아먹던 부진한 사업부가 없어지기 때문에 모기업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모기업의 아킬레스건이 사라지는 것이죠. 예전 PC 제조업으로 잘 나가던 HP가 성장세가 더딘 프린터 사업 부문을 분사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반대로 잘 나가는 사업부를 스핀오프 할 수도 있는데요. 이 경우는 분할되어 나온 자회사가 모기업의 제약을 뚫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회사는 모기업의 상황과는 별개로 지금 잘 나가는 사업에 집중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죠. 페이팔이 이베이의 아래에 있다가 독립해 나오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던 것이 좋은 예시입니다. 게다가 분리된 자회사는 상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IPO 하거나 투자를 받아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수도 있습니다.
2010년대에 스핀오프가 IT 기업들의 사업부 분할이 주축이었다면, 요즘은 사내벤처가 독립하는 스핀오프가 많아졌습니다. 대기업의 사내벤처 팀이 아이템의 시장성을 인정받아 독립된 스타트업으로 분할되는 것인데요. 사내벤처는 대기업의 판로와 자금, 그리고 경험을 자양분 삼아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대기업은 신생 스타트업의 지분을 가지게 되어 나중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인터파크는 LG의 사내벤처였다가 스핀오프를 통해 독립했고, 네이버도 삼성SDS의 사내벤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내벤처의 스핀오프에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스핀오프는 엄밀히 얘기해 자회사의 지분을 모기업의 주주들이 나눠갖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스핀오프를 통해 독립한 스타트업의 지분에 대기업이 끼어들면서 지분이 희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기업의 지원이 끝나면 희석된 지분구조 탓에 투자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기업의 사업부는 물론 사내벤처까지 다양한 케이스의 스핀오프를 살펴봤는데요. 앞으로 뉴스에 사업부 분할, 사내벤처 독립 같은 말이 나오면 이 회사는 어떤 전략과 노림수를 갖고 스핀오프를 하는 건지 유심히 살펴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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