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보다 더 빠르다는 양자컴퓨터란?
혹시 요즘 컴퓨터 발전이 기술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이미 반도체가 너무 작아져서 더 이상 반도체가 작아지며 발전하기 힘들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논의가 나오자 아예 기존 컴퓨터와는 다른 방식의 연산을 수행하는 양자컴퓨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컴퓨터의 패러다임을 바꿀 양자 컴퓨터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양자 컴퓨터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컴퓨터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기존 컴퓨터는 폰 노이만이라는 사람이 제안한 방식에 따라, 0과 1을 표시하는 bit라는 단위로 구성되어 데이터의 저장과 처리를 수행합니다. bit가 8개가 있다면, 0과 1을 8번 사용해서 2^8=256개의 경우의 수를 중 1개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현재 컴퓨터는 물리적인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bit를 구현하는 반도체의 크기가 이미 너무나도 작아져서, 여기서 더 작아지면 전기 신호를 물리적으로 보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의 bit 대신 양자를 사용합니다. 양자를 의미하는 Quantum과 비트를 합친 Qubit(큐비트)가 양자 컴퓨터에 사용되는데요. 쉽게 얘기해서 bit 대신 양자적 특징을 가진 큐비트를 사용해 연산을 처리하는 컴퓨터가 양자컴퓨터입니다. 양자 컴퓨터의 개념은 예전부터 파인만이라는 학자에 의해 개념이 만들어졌으나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양자 컴퓨터를 제대로 파헤쳐보기 전에, 양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양자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로 퀀텀이라고도 부릅니다. 양자는 일종의 파동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관측하기 전에는 확률적으로 존재하다가, 관측 시에는 입자 형태로 존재하는 알다가도 모를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더 설명하면 너무 어려우니 그냥 간단하게 양자는 반은 존재하고 반은 존재하지 않는 애매한 파동이지만, 눈으로 보려고 하면 입자가 되는 것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양자를 이용해 0과 1을 표현하는 것이 큐비트입니다. 그러나 0과 1이라는 2가지 상태를 표현하는 bit와 달리, 큐비트는 0~1 사이의 값을 여러 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확률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큐비트는 얽힘과 중첩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큐비트가 0과 1을 동시에 확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중첩이고, 하나의 양자가 다른 양자의 상태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얽힘입니다. 중첩과 얽힘이라는 특징 덕분에 큐비트가 8개가 있으면 동시에 2^8=256개의 상태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기존 컴퓨터가 256개의 상태 중 1개만 나타낼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죠.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이 필요한데요. 가장 먼저 큐비트를 구현해야 합니다. 양자 상태의 큐비트를 구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초전도 상태를 이용하거나 이온 트랩을 이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구글이나 IBM 같은 회사들이 초전도를 이용하는데, 이 경우 영하 270도 아래의 극저온 진공 상태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컴퓨터 본체가 하나의 냉동고이자 진공상태여야 하는 것이죠. 거기에 더해 여러 상태의 큐비트를 관측하고, 상태를 마음대로 바꿔줄 수 있는 기술 또한 필요합니다.
양자 컴퓨터의 장점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한 번에 계산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앞서 기존 컴퓨터는 256개의 경우의 수 중 1개만 볼 수 있다고 했고 양자 컴퓨터는 동시에 256가지 상태를 볼 수 있다고 했죠? 양자 컴퓨터가 연산이 빠르다고 하는 이유는 한 번에 여러 경우의 수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이용해 암호 해독에 양자 컴퓨터가 쓰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암호가 256개의 bit로 만들어졌다면 기존 컴퓨터로 이 암호를 풀려면 2^256번(0이 77번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수) 경우의 수를 연산해야 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거죠. 하지만 양자 컴퓨터에 큐비트가 256개가 있다면 한 번의 연산으로 2^256개 경우의 수를 볼 수 있으니 암호를 바로 풀 수 있게 됩니다.
여러 경우의 수를 한 번에 계산한다는 점을 이용해 양자 컴퓨터는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 주로 사용됩니다. 또한 자율주행이나 딥러닝 등 데이터나 경우의 수 단위가 억, 조 단위로 넘어갈 때 양자 컴퓨터의 진가가 발휘되죠.
그러나 아직 양자 컴퓨터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합니다. 아직 양자를 다루기 위한 초전도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극저온 진공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직 많은 큐비트를 동시에 다루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도 하죠.
현재 양자 컴퓨터는 초기 단계입니다. 그러나 IBM은 25대의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 여러 고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구글도 양자 컴퓨터 칩을 만드는 등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IBM은 2023년까지 큐비트를 1000개 가진 양자 컴퓨터를 목표로 하고 있죠. 앞으로 양자 컴퓨터가 만들어갈 새로운 컴퓨팅의 세계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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