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시작한 지 D+1121일째 되는 날

by 한은성

22년 3월 1일.

당시 나에게는 굉장히 힘든 일이 폭풍처럼 닥쳤다.

이 힘듦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생각하던 중에

무작정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밖으로 나가서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집에서 40분이나 떨어진 중랑교까지 걸어오게 됐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뛰기 시작했다.

1km.. 2km...

학창 시절 항상 체력장 1급을 놓치지 않는 나였는데

오래 달리는 것이란 그때 이후로 해본 적이 없을 터.

2km 남짓에서 헥헥 거리는 내 모습이 나약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세가 잘못된 건지

발목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안 되겠다 싶어서

혼자 뛰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러닝을 배우고 싶기도 했고 동지를 만들기 위해 동네 러닝크루를 찾아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러닝을 시작했을 쯤에는

지금처럼 유행(?) 하지 않았을 시기 이기 때문에

온통 남자분들이었고 여자분은 나 포함 3명이었다.

정기적인 모임은 없었고 그날그날 번개처럼

뛰실 분? 해서 뛰는 분위기였는데

용기를 내어 쭈뼛쭈뼛 중랑교로 8시까지 갔던 기억이 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이미 많이 친해 보였고

오래 달리기를 한 사람들인 듯했다.

괜히 주눅이 들었지만 그래도 쫓아가듯 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여유가 생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역시나 나는 2,3km쯤에서 퍼졌다. 같이 달리던 여자분들이 앞에서 페이서를 해주며

이 고비만 넘기면 더 나아갈 수 있다고,

거의 질질 끌려다가싶히 5km를 이 악물고 완주했다.

숨이 턱까지 차서 오바이트가 나올 지경이었지만

완주했다는 것, 조금이라도 나아갔다는 것이 뿌듯했다

(지금까지도 같이 달려주는 언니 오빠들 고마워)


그 이후로 나는 한 달 내내 그 모임에 나갔고

2022년 4월 한 달간은 111.5km를 달성했다.

나이키 런 어플은 러닝 레벨이 있는데

제일 초보가 옐로고 그다음 50Km를 채우면

오렌지가 된다.

나는 한 달 사이에 바로 오렌지 레벨이 되었고

거의 달리기에 미친 사람처럼 쉬지 않고 달렸다.

덕분에 발목이 많이 아프긴 했지만 끊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힘듦을 잊으려고 단지 시작했던 달리기가

나에게 러너로서 현재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마음의 변화도, 몸의 변화도 있다는 것을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배웠다.


이렇게 내가 달려온 시간들을 보면 괜스레 뿌듯함이 올라온다. 시간이 지나 갈수록 달리기 횟수는 적어졌지만 호흡하는 방법, 나만의 달리기 방법, 여러 가지 처치들을 알게 되었고 현재 러닝크루나 러닝이 유행처럼번지면서 무엇인가 희열감도 느껴진다.


여자들이 달리기를 많이 하지 않을 때

인스타에 매일 나는 인증을 올리곤 했는데

친구들이 왜 자꾸 매일같이 뛰냐고 물었었고,

나는 좋은 점들을 많이 말했었다.

이런 것들이 쌓여

나에게 같이 달리자는 친구들이나

어떻게 하면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었다.


나에게 있어서 달리기란,

이제는 하나의 일상이자 인생이며

숨 쉴 구멍이 되어 뗄 수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처럼

나도 기록해 보고 내 생각을 끄집어내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사서 몇 번이고 읽었다)

처음 잠수교를 뛰던 날.

그리고 최근에 나갔던 포카리스웨트 러너스데이까지.


앞으로도 잘 기록하고,

3년 동안 달리면서 느꼈던 생각과

변화한 감정들을 풀어내보고자 한다.

곧 퍼플레벨 달아야지.


여러분. 모두 달리세요!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