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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thewind Jan 16. 2020

관계의 허니문

모든 호의적인 인간관계의 시작에 허니문이 있다.

최근에 새 친구가 두 명이나 생겼다. 한 명은 작년에 일하다가 선물처럼 만난 동갑내기 파트너 선생님이고, 또 한 명은 자주 놀러가는 곳에서 오래전부터 마주치던 내 또래인데 이제야 말을 트기 시작해서 얼마전에는 드디어 따로 만나서 밥을 먹고 와인을 마셨다. 오늘은 파트너 선생님과 브런치를 하고 예쁜 까페로 자리를 옮겨 디저트를 먹었다. 둘 다 기혼이고, 한 명은 아기가 있다. 


기쁘고 기분이 이상하다. 새 친구가 생기는 게 어색한 건 아니지만 정말 기대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호의적인 인간관계의 시작에 허니문이 있다. 서로 호감만 있지 모르는 게 더 많아서 설레는 시기. 서로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시간이고, 이 시기를 지나고 나면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뿐인데 소홀해졌다고 느낄 수도 있다. 예전보다 아는 게 많아졌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설렘과 조심스러움이 줄어들었을테니까. 


난 뭐가 좋으면 거기에 꽂혀서 하나만 보는 사람인지라 이 관계의 허니문 시기에 상대에게 간도 쓸개도 빼어줄 듯 잘한다.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다정하지만 이전처럼 한없이 헌신적인 태도는 점차 사라진다.


그 때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변했다고.


긴장의 끈을 놓아주지 않고 그 허니문 시기를 길게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만난지 이십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유지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보통은 살짝 혼란스러워하다가 적응한다. 난 여전히 다정한 사람이고. 


'내가  변한 것은 사실이지'라는 자책감에 젖어 이 허니문의 종료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시기 중  하나라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그런 이유로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라면 그만 보면 되지 왜 자책을 했나 싶다. 설렘이 지나가면 무언가 허전한 건 당연하잖아. 받아들이고, 자기 감정은 자기가 다스리세요.


기대하지 않았지만 새 친구가 생겨서 기쁘다. 요즘은 마음 속에서 허니문을 두 명과 동시에 즐기고 있다. 이 설렘의 시기가 지나면 보통 별일없고 가끔 신나는 평범한 우정이 도착하겠지. 그렇지 않다면, 돌아서면 된다. 두렵지 않다. 오늘 만난 파트너 선생님은 정말 반갑다는 말을 열 번쯤 하셨다. 나도 반가워요. 새 친구들, 안녕, 만나서 반가워. 볼 때마다 설레는 지금을 잘 지나 부디 평범한 우정까지 무사히 가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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