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에, 혹은 누구에게 실망한 걸까
꽤 평이 좋은 새 독서모임에 나가봤다. 이 날의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였다.
나이를 75살이나 먹은 노인이 19살 여아에게 청혼을 하고, 그 사랑(?)에 대해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를 남겼다는 괴테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차였다. 책을 많이 읽는 모든 사람이 인격적으로 성숙한 것은 아니라는, 어쩌면 놀랍지 않은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했다.
예쁘게 말할 수 있다. 상대는 모르게,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알아챌 수 있게 돌려 깔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할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라서, 조금 더 강경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이 모든 면에서 온전하기를 기대하며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려고 들면 내가 나를 고립시키게 된다는 걸 안다. 나에게는 언제나 백점인 아빠가 엄마에겐 빵점 남편일 때도 있다는 것을,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이 정도로 준수한 모임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밝고 온화한 목소리로, 입장은 있지만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 톤으로, 처음 참석한 멤버답게 해사하게 내 발언을 마쳤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안의 무언가가 조금 닳아 없어졌지만, 그만큼 다른 무언가가 자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종합적인 감상을 묻는다면, 그 모임은 실망스러웠다.
나는 무엇에, 혹은 누구에게 실망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