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걸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서
동네에 자주 가던 식당이 지하철역 두 개 너머 위치로 이전을 하면서 한참을 못 갔다. 도시락 모양의 찬합에 메뉴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새로 연 곳은 솥밥과 돈까스가 주 메뉴인 듯했다. 약간 애매해진 시간의 금요일 퇴근길에 이 가게가 보이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솥밥도 좋아하지만 딱 한 종류 있던 파스타인 전복크림파스타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전복이 계속 당기던 차라 시켜봤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녹진하고 고소한 맛이 전복구이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젓가락으로 먹기 쉽지 않아서 포크를 달라고 할까 고민하다 보니 금방 다 먹어버렸다. 물도 맛있었다. 무슨 차였던 것 같은데.. 사장님은 여전히 미소가 밝으시고 친절하고 섬세하셨다.
남자친구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혼자 곧잘 가던 여러 식당에 발길이 뜸해졌다. 같이 가기 싫어서라기보다 나만큼 이 음식, 이 식당을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편할 때 그걸 먹으러 가는 방법은 혼자 가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문장이 좀 이상한가? 예컨대, 이 전복크림파스타가 무척이나 먹고 싶어 진 어느 날, 이 집에 남자친구가 먹을만한 메뉴가 있을지, 집에서 이십 분 이상 걸어야 하는데 그걸 달가워할지, 좋다고 따라오더라도 나만큼 맛있어할지, 국수 한 접시가 2만 원인 요즘 물가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어서 입술을 깨물지는 않을지,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마음이 부산해진다.
그냥 그런 고려를 할 필요가 없던 때처럼 가게가 붐비는 시간을 살짝 지나 혼자 훌훌 들어가서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이 테이블에 앉는 동시에 주문을 하고, 확실히 아는 맛을 기다리는 설렘을 지나, 왼손으로는 핸드폰을 만지며 오른손에 쥔 스푼으로 바닥에 남은 전복내장 소스를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먹는, 나는 나랑만 놀아주면 되는 그 한 끼가 간절해지는 기분이 있다. 이걸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서.
지난 주말 금토일, 그걸 했다. 꽤 오랜만이었고 달콤한 72시간이었다. 남자친구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나는 불만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좋았어, 지난 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