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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너머를 노리는 AI의 시선

‘보법이 다른’ Suno의 넥스트 레벨

by corda music studio


* 본 원고는 2025년 8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해 7월, 에디터 grount는 당시 막 센세이셔널했던 작곡 AI, Suno를 소개하는 원고를 작성했다.

https://brunch.co.kr/@bythrtn/3

그로부터 약 1년 하고도 조금 더 지난 현재. Suno는 어느 지점에 와 있으며,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가.

현재까지도 작곡 AI계 ‘원탑’으로 평가받는 Suno의 발자취를 통해, AI 음악의 현 위치를 파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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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일 년 새의 변화라니


지난 일여 년간 Suno가 보여준 발전 속도는 AI를 넘어 음악 창작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가히 놀라운 수준이었다. 하나같이 AI 음악가들이 너무나도 필요로 하던 기능이거나, 심지어 가끔은 ‘필요한지도 몰랐던’ 기능이었다.

전체 업데이트 내역은 너무 많아 일일히 열거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 방대함을 설명하기 위해 주요 업데이트 위주로 짚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AD_4nXdjfu19V9SarEsaoeUeFwT6VAX8pLa0nXbFbSw2EhA8LJ8n718EI4ajrcN_JzU59NXE9gTRr0cnUInfrmpk5gtAezL_-8g6xDpJBKJpVEWkGsCY2vEA51pKxO_0f2WE0qoIzUcMiw?key=eFfVexfi-oOPQR4yr0k7XA 1년간, Suno의 제작 페이지에는 아주 많은 기능이 추가되었다. (좌) 2024년 7월, (우) 2025년 8월 ⓒSuno


Suno는 2024년 여름 이후로 큰 버전 업그레이드를 총 3회 진행했다.

2024년 11월 v4, 2025년 5월 v4.5, 2025년 7월 v4.5+.

v4에서는 음질과 곡 구조가 대폭 개선되었다. 또 음원을 자동으로 다듬어주는 '리마스터(Remaster)' 기능과, AI 가사 생성 도우미 '리미(ReMi)'가 추가되었다. 뒤이은 v4.5에서는 보컬 표현력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풍부해졌다. 게다가 생성 속도는 빨라진 반면, 생성 길이 제한은 8분으로 늘어났다. 프롬프트 이해도도 향상됐다. 6월 초에는 멜로디를 흥얼거린 녹음 파일을 업로드하면 완성곡을 만들어주는 '오디오 불러오기'가 등장하는가 하면 곡의 ‘프롬프트 적용 정도(Style Influence)’, ‘독특함(Weirdness)’을 조절하는 기능들도 추가되었다.

특히 7월에 나온 v4.5+는 ‘Stem 분리'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이는 곡에서 각 악기를 레고처럼 떼어내는 기능으로, 가히 올해 Suno의 혁명이었다. 이전에도 이 기능은 있었으나 보컬과 반주까지만 분리되었는데, 이제는 모든 악기들을 하나하나 다 분리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그 분리의 성능이 혁명적으로 좋아졌다.

에디터가 처음 이 기능을 접했을 때 느꼈던 충격은, 마치 이미 조리되어 있는 카레라이스에서 밥과 고기, 야채, 카레 소스가 완벽하게 조리 전으로 분리되는 걸 보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클릭 하나로.


Suno 내 Stem 분리 페이지. ⓒSuno


들어보기 - Google Drive


그러나 눈부신 발전만 있던 건 아니다. 2024년 6월 24일, 미국 음반 산업 협회(RIAA)는 소니뮤직, 유니버설뮤직 등 거대 음반사들을 대리해 Suno를 저작권 보호 음원 무단 학습으로 고소했다. 법적 문제를 넘어, 주요 음반사 입장에서는 Suno가 음반사 자신들의 리소스를 사용해 업계 판도를 뒤집어버리는 것을 손 놓고 바라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후인 2025년 6월, 소송을 제기했던 주요 음반사들이 Suno 측과 라이선스 계약 협상을 시작했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졌다. 이는 어차피 AI 기술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면, 위협이 아닌 새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아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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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o는 더 큰 판을 그린다


이렇듯 무수한 업데이트와 사건 끝에 음악 생성 AI의 SOTA(State-of-the-Art, 기술적 정점)를 달리고 있는 Suno. 그러나 Suno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이들은 현재의 위치에서 안주할 생각이 없다. 이는 Suno 사이트의 최상단에 걸려있는 헤더 배너에 정직하게 드러나 있다.



(1) Suno는 총체적 작곡 툴을 꿈꾼다


가장 먼저 Studio 기능. Suno가 출시 예정임을 공공연하게 예고한 것은 몇 주 전이지만, 이것이 처음 예견된 것은 약 2달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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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말, Suno는 WavTool이라는 DAW 회사의 인수 소식을 알렸다.

DAW란 Digital Audio Workstation의 준말로, 흔히 컴퓨터 상에서 구동되는 작곡 및 편집 프로그램들을 뜻한다.

그러나 WavTool에는 한 가지 다른 DAW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대다수의 다른 DAW들처럼 다운받아 설치하는 DAW가 아닌, 온라인 상에서 구동하는 DAW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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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수의 이유를 결과로 보여주려는 듯, 기존에 굉장히 투박했던 Suno의 Edit 기능이 갑작스레 업데이트되어, 약간은 쓸만한 툴이 되었다. 물론 아직 DAW를 대신하기엔 갈 길이 한참 멀거니와 성능적 하자도 많아, 베타 기능 정도의 툴에 불과하다.

그러나 DAW 회사를 인수하고 곧바로 Edit 기능 업그레이드를 한 만큼 Suno가 시사하고자 하는 바가 큰데, 그로부터 불과 2달이 지난 지금, 이제는 이를 Studio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업데이트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단순한 음악 초안 생성자를 넘어, 편집을 포함한 음원 작업 전체를 관장하려는 Suno의 야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발표된 Studio 기능은 과연 기존의 에디터에 비해 얼마나 발전될지, 기존의 투박하던 인터페이스와 기능들이 조금은 개선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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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uno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려 한다


Suno의 또다른 최근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두 번째 근거 역시 사이트 배너에 위치해있다. 아래 배너 하단의 ‘Listen Live’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키워드에 맞추어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라이브 스트리밍 페이지로 이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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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접근하면 이미 음악이 스트리밍되고 있다. 그런데 그 음악이 사용자의 실시간 선택에 따라 잠시 후 변화한다. 사실 이러한 실시간 음악 생성 기술은 꽤나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꽤 독특한 점이 있으니, 바로 커뮤니티와의 결합이다.

사용자는 원하는 음악 스타일을 선택하지만, 이 라이브 스트리밍은 개인 혼자만 청취하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접속한 사용자들 모두가 같은 음악을 듣고, 그들 모두가 선택에 관여한다.

사용자들이 각각 원하는 스타일을 고르면, 그것은 투표가 된다. 가장 많이 득표한 스타일은 다음 섹션으로 선정되어 곧 음악으로 흘러나온다. 사람들은 이를 실시간으로 청취하며 채팅창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사용자들은 일종의 공동 창작 경험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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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Suno는 여러 기성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Remix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금월 초까지 미국 아티스트 bLAck pARty의 2016년 트랙 〈Summer Love〉의 Remix 공모전을 개최했다. (에디터도 참여했으나, 참가상만 받고 광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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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공모전과 다르게, 이 공모전의 참여 방식은 제출이 아닌 ‘발매’였다. 참가자는 Suno에서 곡을 리믹스한 후 그저 Suno에 발매하여 공모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에 다른 수많은 이용자들이 참가자의 Remix 곡을 함께 듣고 반응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렇게 형성된 공모전의 모습은 신청 후 단지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폐쇄적인 장이 아닌, 서로의 제출곡을 통해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이었다.




AI를 토대로 음악시장이 재편될까


2025년 현재, 생성형 AI 업계는 한마디로 전쟁통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 기술, 새 모델과 새 툴이 쏟아져나오고, 지금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AI 툴이 다음 달에도 같은 평가를 받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음악에서만큼은 이러한 변동성이 적다. Udio, Riffusion 등 강자들이 존재하지만 그 누구도 근 1년간 Suno의 역량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Suno는 음악 생성의 강자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는 듯하니, 한 마디로 ‘보법이 다르다’.

물론 현재로선 부족한 점도 많다. Suno의 Edit 기능은 아직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있으며, 사용자의 속을 답답케 하는 많은 불편사항 탓에 정상적 기능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에디터의 생각이다. 이것이 또한 곧 출시될 Studio 기능으로 전부 대단히 개선되리라 생각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강력한 AI 작곡 기능을 토대로 DAW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다 보면 몇 년 후에는 작곡의 큰 파이를 Suno가 차지하고, 여타 DAW 프로그램들은 믹싱 등 완전한 음원 편집의 위치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미증유의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온 Suno의 지난 1년은, 앞으로의 1년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성과로 평가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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