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초밥집 개업해요~
어쩌다보니 식구가 늘었다. 21년 2월부터 지금까지- 임시보호로 데려왔고, 지금도 임시보호라고 우기는 중이다. 친정 엄마는 호시탐탐 우리 멍멍이를 지인에게 줄 타이밍을 노리고 있고, 시댁에서는 털을 다 밀고 오기 전에는 1박도 맡아주기 어렵다 선을 그으셨다. 멍멍이가 온 뒤로 우린 어떤 여행도 가지 못하고 있고, 장시간 집을 비우는 날엔 물파스로 벽지와 바닥을 적신다. 늦은 오후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을 때 보이는 벽지가 덜 찢어져있길 간절히 기도하며.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 내가 강아지를 들이며 분노와 평정의 경계에서 물건을 사고 버리는 중이다. 우리집에 이 물건이 과연 필요한가-를 생각하기보다, 이 물건이 이 강아지에게 기쁨을 주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평가의 기준이 되었다. 바닥을 쓰는 건 일주일에 두 번이라고 정한 규칙이 무색하게, 매일 난 바닥을 쓴다. 매일 쓸어도 어디선가 나오는 털들이 나는 몹시 의아하지만 궁금함을 넘어선 분노는 버린지 오래다.
매일 버려도 시원치 않을 작은 집에 얼마나 더 커질지 그 미래가 기대되는 4.5kg 강아지가 자리를 잡았다. 물론 난 임시보호 중이다. 그 작은 집에서 강아지 어떻게 키우려고 그래- 라고 걱정하는 주변 분들에게 쿨하게 말한다. 임시보혼데뭐- 괜찮아. 그리고 뒷말은 속으로 삼킨다.
앞으로 15년 정도면 되지 않을까?
버리는 삶으로 꾸려갔던 내 삶에 생명이 들어왔다. 덕분에 부지런히 사고 부지런히 버리는 삶이 되었다. 나의 반려견 이야기는 가능하면 천천히- 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길 미뤘는데 글을 쓰는 날들이 점점 줄어들어 고육지책으로 강아지 이야기라도 쓰자! 가 되었다.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고 열심히 산책하는 사람이 되겠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