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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Sep 06. 2021

당근에서 만난 강아지

이 작은 꼬물이를 어떡하면 좋누-

 이 아이를 만나게 된 건 정말, 우연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강아지를 키울 용기도 마음도 없던 내가 덜컥 생명을 들여버렸으니까. 지금 난 우연히 맺은 인연에 내가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고 하는 분이 있다면, 그 책임이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아셨으면 좋겠다. 




 당근 마켓을 구경하다 <동네 생활>이란 탭이 있길래 우연히 눌렀다가, 근처 식당에 버려진 강아지 사진을 보게 되었다. 글이 올라온 건 3시간 전. 누군가 강아지와 밥그릇, 가방 등을 식당 주차장에 놓고 갔단다. 강아지는 줄에 묶인 채 애처로운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지금 시간은 저녁 8시. 호군- 이거 봐봐 하고 휴대폰을 건넸다. 강아지가 어떻게 버려졌는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강아지를 떠맡게 된 식당에서도 황당한 기색이고, 글을 올리신 분 역시 강아지를 데려갈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계신다. 도와주고 싶다는 댓글에 댓글이 이어졌다. 그 선한 마음들이 모여 2월의 추운 밤을 밖에서 보내야 하는 강아지에겐 쿠션도 무릎담요도 장난감도 생겼지만 그래도 쓸쓸한 눈빛이 애처롭기만 하다.


 집에서 멀지 않으니 한번 가보자- 싶어 호군과 함께 강아지가 있다는 식당을 찾았다. 처음엔 식당 위치를 찾을 수 없어서 동네를 뱅글뱅글 돌다가 대댓글에 위치가 나와있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 돌아 도착. 찬바람이 쌔앵 부는 주차장 한가운데에서 사람이 다가오자 처량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아이. 그래도 사람이 좋다고 꼬리를 뱅뱅 돌린다. 호군이 보더니 엄청 커질 것 같다고- 우리 집은 너무 좁아서 키우긴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스레 말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털이 보들보들 뽀송한 아이. 밖에서 키우던 애 같지도 않고, 놓고 간 가방이며 밥그릇도 새 제품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왜- 여기다 아이를 묶어놓고 간 걸까.


 난 강아지를 키워본 적은 없다. 같이 산 적은 있어도. 내가 주인이 되어 책임감을 가지고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은 전무하다. 예방접종을 해본 적도 중성화 수술을 해본 적도 없다. 동물병원은 우리가 가는 병원에 비해 말도 안 되게 비싸다는 얘기만 들었지 그게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친구와 같이 살며 친구의 강아지를 먹이고 산책시키고 놀아준 경험 정도만 있을 뿐이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은 친구에게 미룬 채 친구의 강아지를 사랑하고 예뻐할 줄만 아는 나였기에 섣불리 강아지를 맡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저 오늘 밤이 춥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


 자다가 몇 번을 깼다. 강아지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자꾸만 깼다. 밖에서 부는 바람 소리가 속상했다. 다음날 당근을 열고 댓글 상황을 확인했다. 임시보호를 하고 싶다고 나선 분이 계셨는데 식당에 여쭈었더니 데려가겠다고 한 사람이 나타났단다. 다행이다 싶어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다른 소식이 있나? 싶어 앱을 확인하니 데려가기로 한 분이 어렵게 되었다고 다시 임시보호를 해주실 분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어휴- 이게 무슨 일이야 싶어 호군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를 보고 꼬리를 흔드는 녀석. 밥은 먹은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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