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봄, 루시와 함께 그린 그림책을 펴내며
2017년에 첫 아기가 태어났고
2018년에 루시가 아팠습니다.
아기와 고양이를 돌보던,
아니 아기와 고양이를 의지했던 시간 동안
나는 계속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2019년 3월의 끝에
그 첫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엄마, 안녕? 아가, 안녕?>.
앞에서는 아기, 뒤에서는 엄마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양면 그림책입니다.
이 책의 원화를 처음 작업하던
2017년과 2018년 사이의 겨울에는
밤을 새는 내 옆을 루시가 지켜주었습니다.
식탁 위에 몸을 수그리고
흰 종이에 하나 하나 점을 찍다가
눈과 손목이 뻐근해지면
나는 옆에 웅크린 루시를 쓰다듬으며 쉬었습니다.
막막했지만 외롭지 않은 새벽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루시를 어루만질 수 없지만
우리가 함께 만든 첫 그림책을 펼치면
그 안에서 루시를 볼 수 있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페이지들에
꼬박꼬박 작은 루시를 그려넣었으니까요.
아기를 가진 엄마가
고양이와 지내며 위안을 받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더 자연스럽게
사람들 마음에 스며들기를 바라면서요.
예전의 글들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루시는 우리 가족이 되기 전에
동거인들의 임신과 출산 때문에
두 번이나 살던 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우리가 만나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루시가 그런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나는 아직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루시와 같은 이유로
가족과 이별 당하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찌 다시 지낼 곳을 마련하더라도
그 고양이들은 루시처럼 조용히 상처 받을 것이고,
심지어 새로운 가족을 찾지 못하는 고양이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편견과 불편함을 이유로
버림 받는 고양이가 없기를.
고양이와 아기를 비롯한 작은 생명들이
함께 어울려 행복하기를.
루시와 나의 그림책이
그런 세상에 아주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