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어머니 헨델

동갑내기 음악가의 아주 다른 삶

모든 것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바흐와 헨델은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불리곤 하지요. 미국에서 음악사 공부를 할 때는 들어보지 못한 호칭이지만,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그리 배웠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 헨델이 가발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초상화를 보며 헨델은 여자였나 보다 했었는데, 어느 날 보니 바흐도 머리가 길더군요. 아직도 왜 그들이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같은 해,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두 작곡가가 바로크 음악을 그 정점으로 이끌고, 고전 음악을 위한 장을 열었다고 봅니다. 


바흐와 헨델의 출생지, 약 189Km 정도 떨어짐


바흐와 헨델은 1685년 한달여 차이를 두고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모두 독일 영토지만, 당시에 핸델은 프로이센 공화국 출신이고, 바흐는 작센 공화국 출신입니다. 바흐의 집안은 대대로 음악을 가업으로 받아들였기에, 바흐는 어린 나이부터 음악을 자연스럽게 공부하며 자라났습니다. 양친을 일찍 잃은 바흐는 형과 함께 살며 음악을 익혔고, 바이올리니스트로, 오르가니스트로 음악 생활을 시작합니다. 헨델의 아버지는 궁정 외과 의사이자 이발사였습니다. 헨델은 음악에 재능을 보여 작센 공화국의 공작이 그의 음악 교육을 후원해 주기도 하지만, 헨델의 아버지는 헨델이 음악 공부를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헨델을 낳은 헨델의 아버지는 헨델이 법관이 되기를 원했지만, 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헨델은 성당 오르간 주자로 발탁되며 음악인이 되었습니다. 




바흐와 헨델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동갑내기지만, 이 두 사람은 생전에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답니다. 바흐가 자신의 음악적 배경을 바탕으로 독일 내의 교회와 왕궁의 음악가 자리를 잡고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살았다면, 헨델은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공부했으며, 주로 영국에서 자신의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들은 사생활과 종교에서도 극단적인 대조를 보이는데요, 바흐는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2명의 아내와 20명의 자녀를 낳고 모범적인 가정을 꾸렸다면, 헨델은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영국으로 귀화, 정쟁에 말려들어 목숨이 위태로운 적도 있었습니다. 바흐의 작품들이 모테트, 칸타타, 오르간 곡, 기악곡들, 코랄과 오라토리오 등 교회와 관련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면, 헨델은 40여 개의 오페라를 비록, 극음악, 기악음악, 실내악, 세속적 노래 등 흥행이 될만한 곡들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바흐와 헨델의 음악적 위치와 그들의 작품들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끝이 없지만, 주제가 오케스트라인만큼 그들의 기악음악의 중요점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바흐 첼로 조곡 1번

바흐 하면 가장 많은 분들이 알만한 음악은 솔로 첼로 조곡 1번의 프렐류드 일 겁니다. 광고 음악으로도 쓰였고, 또 이리저리 편곡되어 드라마나 영화음악의 BGM으로도 쓰여 굉장히 익숙한 곡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곡은 바흐 생전에는 알려지지도 않은 곡이었습니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찾아내어 연주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바로크 당시 기악음악은 습작이나 연습용으로 쓰였지 주류 음악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바로크 시대에는 "심포니"라는 이름을 가진 기악 합주만의 음악은 드물었어요. 바흐와 헨델은 오케스트라 곡을 쓰긴 썼지만, 대부분은 다중 협주곡의 형태나 합창의 반주를 하는 역할에 그쳤어요. 바로크 시대에는 3악장 형태의 빠르고-느리고-빠른 3악장의 기악합주곡을 따로 연주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4막 오페라의 막간에 연주하던 기악 인터루드 등에서 시작되었다네요. 바흐는 콘체르토 그로소라는 형태의 다양학 악기의 조합을 솔로로 시험하며 훗날 심포니의 기초를 잡아갔고, 헨델은 수상음악, 또는 합주 협주곡으로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바흐와 헨델 모두 어떤 특정한 악기의 조합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악기의 조합을 실험해 보았다는 것입니다. 바로크 시대만 해도 프로 오케스트라는 존재하지 않았고, 교회나 왕정 등에 속한 합주단을 위해 작곡을 했기 때문에, 그 당시 연주가 가능한 편성을 위한 작곡을 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바흐와 헨델의 시도들은 훗날 심포니가 발달하는데 각 악기의 특성을 특정하는데 일조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건반악기가 오케스트라 연주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가사가 없는 음악만으로 인간의 감정을 나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고전 음악으로의 발전을 시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로크 오케스트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