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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든 탑이 무너지면

나는 다시 쌓고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의 발단은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때문에 퇴근한 남자 친구와  곳이 없어 집에서 데이트를 하시던  따님께서 1000 조각 어벤저스 직소 퍼즐을  오며 시작됐다. 거실 테이블에 놓고 3 만에 후딱 맞추어 방에 걸어 놓은  너무 부러웠다.


1000 조각 퍼즐 완성본

그래서 나도 질렀다. 나의 인생 명화를. 아무 생각 없이.


밀레의 만종


나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그림이라  번도 생각하지 않고 쿠팡 로켓 와우로 배달받았다. 딸과 똑같이 거실 테이블에 펼쳐 놓고 있으니, 딸의 남자 친구가 보더니 "아이고 어머님, 이건 난이도가 최상인데요." 하고는 같이 맞춰줄 생각은  하고 10시까지 늦추어진 식당 시간이 신난다며 열심히  밖에서 데이트를 한다.  정도는 아가들이 맞추어  것을 기대하던 나에게는  한없는 풀들을 맞추어 나가는 것이 현실이 돼버렸다. 보는 사람마다 이걸 어느 세월에 맞추니? 하고 걱정을 했다. 어벤저스의 비밀은 인물들이 많아 맞추기가 웠다며 딸은 나를  때마다 포기하라 종용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머리를 써서 집에  택배 박스로 받침대를 만들고 밑그림을 활짝 펴서 테이프로 고정시킨  돋보기를 쓰고  하나까지 맞추어 보며 1000 피스  700 피스 정도를 맞추었다.  



저 비슷비슷한 퍼즐들을 맞추며 나는 퍼즐을 맞추는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나도 액자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고 액자까지 주문해서 마지막 몇 피스를 맞추던 중, 잠시 화장실 가려 일어나다가 택배 박스로 만든 퍼즐 받침이 휘청휘청하다 넘어져 버렸다.





"악" 하는 비명소리에 달려온 딸아이와 남자 친구는 무너져 버린 퍼즐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사라지고, 나는 한 조각이라도 제대로 된 상태에서 주워 올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는 알았다. 쏟아지면 주워 담을 수 없는 게 물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흩어져 버린 퍼즐 조각들은 그나마 붙어 있던 조각들도 내가 손을 대기만 하면 그냥 다시 조각이 된다는 사실을.

그저 다시 조각이 돼버린 퍼즐을 담아 다시 도전할 때까지 3일을 끙끙댔다. 나라를 잃어도 이리 고민하지 않았을  같다. 모든 것을 그저 순리대로 적응하는 편인 내가 이런 퍼즐 쪼가리를 가지고 고민을 하다니... 화가 나기도 하고 함께 하는 사람이 없다는  슬프기도 하고... 차라리 다른 퍼즐을 먼저 하고 이것을 나중에 할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3 일째 되는 , 드디어 다시 맞추기로 결심했다. 딸아이랑 남자 친구에게 자존심이 구겨져서 도저히 포기할  없었다.



한 조각씩 맞추어 가며,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언제나 두 번째는 조금 쉽다는 것, 똑같아 보이는 풀들도 다 색과 특징이 다르다는 것, 나의 자존심은 이런 퍼즐 조각 따위에는 절대 무너질 수 없다는 등.. 혼자서 수가지 생각을 하며 돋보기 끼고 앉아 맞추고 있다. 열흘이 걸리면 어떻고 10년이 걸리면 어떤가. 중요한 건,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아닐까?


 


까짓 거, 공든 탑이 무너지면, 다시 쌓으면 된다. 내가 다 못 쌓으면, 누군가는 계속하지 않을까?

이제 나는 인생도 퍼즐도 다시 새로운 출발점이다. 계속 맞추어 나가다 보면, 나에게도 행복이라는 탑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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