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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에게서 내가 그만두고 나온 회사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고되고 답답한 일, 나도 함께 있었기에 잘 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회사에서의 일과 전혀 다른 일이기에, 내가 잘 되길 바라는 게임은 회사에서 지금 만들고 있는 그 게임 오직 하나 뿐이라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럼 '네가 와서 해줘' 라고 말할 거라며 웃는 애인.
회사를 그만둔 지 1주일되었다. 26살 첫 취업 후, 세번째 회사였다.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고 그 일들이 항상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회사라고 다 같은 곳이 아니란 걸 알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회사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숙명도 알았다. 내가 잘 할 거라 생각지 못 한 것들에 도전할 기회를 주었고, 이제껏 져보지 못 한 책임과 부담이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어깨 위에 올라오기도 했었다. 나를 붙잡는 고마운 손들을 뿌리치고 프리랜서가 되겠다며 문을 박차고 나왔지만, 지나왔던 시간들이 그립고 아쉬워서 나는 꽤 울었더랬다. 나는 그 곳을 참 많이 좋아했다. 고맙고 사랑스런 사람들과 함께 했던 그 곳.
프리랜서가 되었다고 해서 크게 뭐가 바뀐 건 아니다. 주어진 업무를 하고, 남은 시간에는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한다. 멍하니 누워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을 때도 많다. 출근하는 것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도서관에 가서 일도 하고 책도 보고 한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프리랜서를 꿈꿨지만, 강제성 없는 스케쥴을 이행하기에 나는 너무나 나약한 인간. 초조함은 없지만, 신나고 꿀 같은 이 시간들을 지속하려면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하루쯤 빈둥대도 한달 후에 나오는 월급이 변하지 않지만 지금의 나는 다음을 위해 계속 뭔가를 만들고 있어야 하겠지. 언젠가 좋은 곳과 또 연이 닿는다면 다시 직장생활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게 아니길 포기하듯 도망치는 선택지가 아니길 지금의 나를 독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