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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Jan 28. 2024

에너지를 덜 쓰는 도시생활에 대한 단상

도시생활에서 에너지를 줄일 수 있을까

최근 나는 이사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경기도 외곽의 큰 집으로 이사를 갈까, 아니면 서울의 좁은 집에서 살까. 경기도 외곽으로 가면 서울과는 많이 멀어지고 출퇴근 시간이 많이 늘어나지만, 깔끔한 동네, 넓은 집에서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이었다. 서울의 좁은 집에서 살면 깔끔하지 않은 동네, 내 몸 하나 누이는 것 하나만으로도 벅찬 공간 안에서 살아야 한다.


고민 끝에 나는 서울의 좁은 집을 선택했다. 입장을 논의해야 할 다른 가족이 없이 오롯이 나 혼자만 생각하면 되는 결정이었기에 결정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출퇴근 시간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부수적인 이유도 여러 가지 있었다.


우선, 큰 집을 채울 가전과 가구를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사를 결정해야 할 당시 나는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정기적으로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는 바람이 든다. (하지만 곧 다시 살던 대로 산다. 요즘은 맥시멀 라이프가 멋져 보이는데 또 막상 그렇게 살지도 못한다.) ‘내가 이런 거 다 가지고 살아 뭐하나 여기서 짐을 늘려 무엇하나, 다 버려 버려야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와중에 지금보다 더 큰 집으로 가면 그에 맞는 사이즈의 가전과 가구를 장만해 집을 채워야 하니, 비용도 부담이거니와 그게 마치 인생의 짐을 늘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경기도 외곽으로 가면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차를 장만해야 하는데, 나는 운전을 싫어하고 차를 타는 것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운전을 하면 활동 반경이 넓어져서 삶이 달라진다고, 주차장이 있는 집으로 가서 차를 사라고 권유하지만, 차도 아직 내 인생의 짐처럼 느껴져서 사지 못 하고 있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생활, 더 가능하면 도보로 대부분의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십여 년 전에 읽었던 <노 임팩트 맨>이라는 책을 떠올렸다. 이 책은 뉴욕에서 사는 저자가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생활하는 실험을 1년간 한 기록이다. 저자는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도 없애기 위해 자전거를 타거나 도보로 생활하는데, 미국인의 자동차 중심적 도시 설계를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걸어다닐 수 있고, 훌륭하고 편안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서로 연결이 잘되어 있는 마을을 건설해 자동차의 필요성을 줄이면 어떨까? 자동차의 필요성을 줄이면 도시로 유입되는 차량이 적어져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을 테고, 그러면 도시를 벗어나 차로 움직여야 하는곳으로 이사할 필요도 없어지지 않을까?" 

 

생활에 필요한 것이 밀집되어 있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걸어다닐 수 있으니까. 미국 대다수의 지역은 차가 없이 생활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모든 것이 밀집된 대도시에서는 도보 이동,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기에 운전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라는 책에서도 인간이 도시에서 밀집해서 살고, 농경지를 밀집한 덕분에 오히려 더 많은 땅을 자연 상태로 놓아둘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밀집된 생활, 밀집된 농경, 밀집된 축산을 하면 더 많은 땅을 야생 상태로 돌려줄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고 말한다.     


도시 그 자체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공간이다. 도시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많이 든다. 도시는 전 세계 면적의 3%를 차지하지만 세계 에너지의 60-80%를 소비한다. 하지만, 밀집된 도시에 살면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는 줄어들 수도 있다.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공공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에너지의 규모는 크지만 (이를테면 아파트의 공용 관리비랄까?), 그 덕분에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비유하자면 개인별 관리비)는 줄어든다. 지구적으로 봤을 때 소비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도시가 크겠지만,  도시에 사는 일개인은 에너지를 덜 쓸 수도 있다. (물론, 너무 편리해서 배달과 택배를 계속 시킨다거나,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는 점에서 훨씬 많이 쓸 수도 있다.)


나의 고민은 초 밀집 도시에서 살 것인가, 약간 덜 밀집된 도시에서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지만, 넓혀서 생각해보면 어떤 에너지를 더 / 덜 쓸 것인가 선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도시 설계를 하는 분들은 이런 것들을 생각해서 에너지를 덜 쓰는 도시의 형태를 설계해 내시겠지.


일단 나는 초 밀집 거대 도시에서 다시 살 결심을 했다. 나의 이 결정은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다시 이사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나는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도시에서 시골로 가는 것도 아니고, 고작 도시에서 도시로 이사를 하는 것에 너무 거창한 생각을 했다. 결국 변화 없는 삶을 선택했지만 말이다. 나는 노 임팩트는 할 수 없지만, 스몰 임팩트를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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